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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드라마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에서 리지 보든 역을 맡은 엘라 비티가 19세기 저택 내부 응접실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는 장면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130년 넘게 살인자 취급을 받는다면, 그 사람의 삶은 어떨까요. 넷플릭스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를 보면서 저는 범죄 스릴러보다 이 질문이 더 오래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1892년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보든 가문 살인 사건, 그리고 끝내 무죄로 풀려났지만 평생 의심받았던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130년 된 미해결 사건, 드라마는 뭘 말하려 했나

    리지 보든 사건은 18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폴 리버에서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부유한 사업가 앤드루 보든과 그의 두 번째 아내 애비가 도끼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고, 딸인 리지 보든이 주요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 당시 재판에서 리지는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대중의 의심은 그 이후로도 수십 년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026년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는 라이언 머피와 이언 브레넌이 제작한 '괴물(Monster)'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는 제프리 다머, 메단데즈 형제 등 실존 인물의 범죄를 다뤄왔는데, 이번 시즌은 시리즈 최초로 여성을 중심에 세웠습니다. 총 8부작이며, 리지 보든 역은 엘라 비티가 맡았습니다.
    작품은 단순한 범인 추적극이 아닙니다. 19세기 미국 상류 가정에서 여성이 어떤 사회적 억압 구조 속에 놓여 있었는지를 배경으로 깔면서, 리지의 감정 변화와 가족 갈등을 중심 서사로 끌어갑니다. 저는 이 부분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보통 범죄 드라마라면 "누가 했나"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왜 이런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었나"를 더 파고드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역사적 고증(historical accuracy)을 표방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여기서 역사적 고증이란 실제 기록과 사실에 충실하게 재현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는 오히려 실화를 모티프로 한 픽션에 가깝습니다. 실제 리지 보든은 사건 이후에도 지역 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여행을 다녔지만, 드라마 속 인물은 훨씬 고립되고 내면화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확인한 부분인데, 드라마와 실제 역사 기록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눈여겨볼 포인트

    시청 전에 알고 보면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감상 포인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시대극 미장센(mise-en-scène): 19세기 미국 저택의 어두운 조명과 의상이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립니다. 여기서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 요소, 즉 조명·세트·의상·배우의 위치까지 포함한 연출 개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겉으로는 고풍스럽고 평온해 보이는 집안 내부가 조명의 음영을 통해 얼마나 기묘하고 답답한 억압의 공간으로 변하는지 관찰하는 재미가 컸습니다.
    • 심리 묘사 중심 서사: 범죄 장면보다 인물의 감정 변화와 가족 역학 관계에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합니다. 자극적인 피투성이 범죄 장면보다, 인물 간의 팽팽한 정적과 눈빛 교환이 주는 서스펜스가 훨씬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 열린 결말 구조: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시청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방식을 택합니다. 드라마가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다 보니, 시청하는 내내 '내가 보고 있는 이 인물의 모습이 진실일까'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적극적으로 서사에 개입하게 됩니다.
    • 실화 검증의 흥미: 드라마를 보고 나면 실제 사건 기록이 궁금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당시 발행되었던 다양한 신문 기사나 재판 기록 등 당대의 1차 자료들을 찾아보며, 드라마가 각색한 부분과 실제 사실을 비교해 보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훌륭한 관람 코스가 됩니다.
    요약: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는 실화 기반이지만 상당 부분 픽션으로 재구성된 작품이며, 범인 추적보다 인물의 심리와 사회적 억압 구조를 더 깊이 다룹니다.

    드라마가 남긴 질문, 제 일상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걸 그냥 범죄 스릴러로 즐기려 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계속 마음에 걸리는 장면이 생겼습니다. 리지가 무죄 선고를 받고 법정을 나서는 순간에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지 않는 장면이었습니다. 법적으로는 끝났는데 사람들 머릿속에서는 끝나지 않은 거죠.
    그 장면을 보면서 예전에 아이와 놀이터에 갔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한 아이가 놀이를 자기 방식대로 이끌려는 모습을 보고 저는 순간적으로 '저 아이가 좀 자기중심적인 아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일인데, 그때 처음 5분만 보고 내린 판단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나중에 전후 상황을 더 지켜보니 아이들 사이에는 어른이 모르는 나름의 맥락이 있었고, 제 첫인상은 완전히 틀린 것이었습니다.
    이 경험이 있어서인지, 드라마를 보면서도 계속 "우리가 누군가를 한 번 '그런 사람'으로 규정하면 이후의 행동을 전부 그 틀에 맞춰 해석하는 것 아닐까?"라는 질문이 들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합니다. 확증 편향이란 이미 형성된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는 인지 현상입니다. 리지 보든 사건에서 대중이 보인 반응이 정확히 이 패턴이었습니다.
    드라마의 제목인 '괴물(Monster)'이라는 단어도 계속 걸렸습니다. 누군가에게 그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사람의 다른 맥락은 전부 사라집니다. 사건 이전의 삶, 사건 이후 그녀가 어떻게 살아갔는지, 가족 안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모두 지워지고 하나의 이미지만 남게 됩니다. 제 경우엔 이 부분이 범죄 장면보다 훨씬 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한편으로는 드라마 자체가 실존 인물을 다루면서 극적 재구성(dramatic reconstruction)을 지나치게 사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극적 재구성이란 실제 사건이나 인물의 내면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을 작가가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 창작 방식입니다. 문제는 시청자가 그 경계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할 경우, 픽션이 사실처럼 기억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디어가 실존 인물을 재구성하는 방식이 대중의 인식에 실질적인 잔상을 남기고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 드라마를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생각한 것은 범인이 누구였느냐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어떤 사람의 모습이 과연 그 사람의 전부일까, 그 질문이었습니다.

     

    요약: 드라마는 확증 편향이라는 심리 현상을 130년 전 사건으로 보여주는데, 제 일상의 경험과 맞닿아 있어 범죄 스릴러보다 훨씬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는 실화인가요, 픽션인가요?

    A. 1892년 실제로 있었던 보든 가문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만, 인물의 심리 묘사와 일부 관계 설정은 극적 재구성이 많이 들어간 픽션입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실화를 모티프로 한 드라마"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실제 역사와 얼마나 다른지 궁금하다면, 드라마를 본 뒤 관련 역사 자료를 따로 찾아보시는 걸 권합니다.

    Q. 리지 보든은 실제로 무죄였나요?

    A. 법적으로는 1893년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명확한 물증이 부족했고, 당시 사회에서 상류층 여성이 그런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인식도 배심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범인이 누구였는지는 지금도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Q. 넷플릭스 '괴물' 시리즈는 순서대로 봐야 하나요?

    A. 각 시즌이 완전히 독립된 사건과 인물을 다루는 형식이라 순서 없이 어느 시즌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는 네 번째 작품이지만, 앞 시즌을 보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Q. 자극적인 장면이 많은 편인가요?

    A. 라이언 머피 작품 특유의 강렬한 연출이 반영돼 있어 일부 폭력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심리 묘사와 인물 관계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편입니다. 자극적인 범죄 묘사에 민감하다면 참고하고 시청하시는 게 좋습니다.

    결론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 보기 시작했다가, 정작 끝나고 나서는 전혀 다른 질문을 붙잡게 되는 드라마였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것은 이 작품의 핵심이 '살인 미스터리'보다 '사람을 판단하는 우리의 방식'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실존 인물을 다루는 만큼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창작인지 항상 거리를 두고 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0년 전 사건이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시청 후 실제 사건 기록을 찾아보고 싶어진다는 점에서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화 범죄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단순한 범인 찾기보다 인간의 심리와 편견에 관심 있다면 한 번쯤 시청해보실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