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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더 크라운 시즌1~6 리뷰에 어울리는 영국 왕실 궁전 내부 이미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크라운(The Crown)》을 처음 켰을 때, 솔직히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왕궁, 귀족, 영국 왕실이라니. 제 일상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세계였으니까요. 그런데 시즌을 넘기면서 어느 순간 "이건 내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이 밀려오더군요. 처음에는 영국 왕실이라는 낯선 세계를 구경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화려한 궁전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안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가족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했던 엘리자베스, 사랑받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평가받았던 다이애나의 모습은 시대와 환경은 달라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외로움과 닮아 있었습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총 6개 시즌으로 완결된 이 작품을 다 보고 나서, 기억에 남은 건 화려한 궁전이 아니라 왕관을 짊어진 사람들의 선택이었습니다.



    왕실 드라마라는 편견, 그리고 실제로 마주한 것

    《더 크라운》을 두고 "그냥 왕실 미화 드라마 아니냐"라고 보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엔 비슷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의상과 궁전 세트에 눈이 가다 보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직접 시즌1부터 보기 시작하니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시즌1은 1952년 조지 6세의 서거와 함께 25세의 엘리자베스가 여왕으로 즉위하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여기서 드라마가 집중하는 건 대관식(Coronation)의 장엄함이 아닙니다. 대관식이란 군주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공식화하는 의식인데, 드라마는 그 화려한 의식 뒤편에서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남편 필립은 아내가 왕이 되는 순간 자신의 성(姓)조차 지키지 못하게 됩니다. 엘리자베스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왕실의 결정을 따라야 했습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면서 떠올린 건 뜬금없게도 출산 직후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뒤 제 삶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부모가 된 순간부터는 나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엘리자베스가 왕관을 쓰는 순간 느꼈을 책임감이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조금은 이해되었습니다. 물론 여왕과 평범한 부모의 삶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가 원해서 선택한 역할이지만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이라는 감정은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아이가 생긴 뒤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해야 하는 것"이 처음으로 갈라지기 시작하던 그 감각이, 이상하게도 겹쳐 보였습니다.

    피터 모건(Peter Morgan) 작가는 시즌 내내 군주제(Monarchy)라는 개념을 비판도 옹호도 하지 않습니다. 군주제란 세습에 의해 한 사람이 국가의 상징적 또는 실질적 수장이 되는 통치 체계를 말합니다. 드라마는 그 체계 안에 실제 인간이 들어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담담하게 따라가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불편하고, 더 오래 남습니다.

    시즌3부터는 배우가 교체되면서 중년의 엘리자베스 시대로 접어듭니다. 세대 교체 연출을 두고 "몰입이 깨진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같은 인물을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방식이 "시간이 흘렀다"는 체감을 더 강하게 준다고 느꼈습니다. 클레어 포이, 올리비아 콜먼, 이멜다 스턴턴이 순서대로 연기한 엘리자베스는 각자 다른 결을 가지면서도 하나의 인물로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시즌별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왕실 이야기’에서 ‘한 가족의 이야기’로 중심이 이동한다는 점이었습니다.

    • 시즌1~2: 어린 여왕이 갑작스럽게 왕좌에 오르면서 개인의 행복보다 국가적 책임을 선택하는 과정
    • 시즌3~4: 찰스와 다이애나의 등장으로 왕실이라는 제도가 개인의 감정과 충돌하는 과정
    • 시즌5~6: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전통을 유지하려는 왕실과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과정
    요약: 《더 크라운》은 왕실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군주제라는 구조 안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무너지고 버티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시즌4의 다이애나, 그리고 시즌6의 무게감

    《더 크라운》 전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시즌을 꼽으라면 단연 시즌4입니다. 다이애나 스펜서가 등장하는 시즌인데, 처음에는 "이건 어차피 비극 결말인 걸 알잖아"라며 거리를 두고 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면 결말을 알아서 오히려 더 답답한 드라마입니다.

    19세의 다이애나가 왕실에 들어서는 과정을 보면, 이걸 단순히 "불행한 결혼"으로만 보는 시각과 "구조적 문제"로 보는 시각이 충돌합니다. 저는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다만 다이애나를 완전히 피해자로만 바라보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크라운》은 다이애나가 느낀 고통을 섬세하게 보여주지만,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은 모두 복잡한 선택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찰스 역시 왕실이라는 틀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개인적인 감정 사이에서 갈등했던 인물이고, 엘리자베스 역시 완벽한 리더라기보다 시대적 한계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다이애나는 왕실이라는 폐쇄적 환경에 적응을 요구받으면서도, 동시에 외부에서는 세기의 로열 웨딩(Royal Wedding) 주인공으로 소비되었습니다. 로열 웨딩이란 왕족 구성원의 결혼식을 이르는 말인데, 1981년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식은 전 세계 약 7억 5천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BBC).

    그 화려한 중계 뒤에서 다이애나가 느꼈을 고립감을 드라마는 조용하고 집요하게 따라갑니다. 공식 석상에서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내부에서는 무너지는 장면들이, 제가 한때 새로운 역할을 시작하던 시기와 겹쳐 보였습니다. 잘 해내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압박이 오히려 더 많이 소진시켰던 그 시간 말입니다.

    시즌4에는 마거릿 대처 총리도 등장합니다. 대처와 엘리자베스는 같은 시대를 살아간 두 여성 지도자인데, 드라마는 둘을 단순히 대립 구도로 그리지 않습니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강한 책임감을 가진 인물이지만, 국가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선명하게 갈라집니다. 이 부분을 두고 "대처를 너무 동정적으로 그렸다"는 비판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인물을 한쪽으로 단정 짓지 않는 연출이 드라마를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고 봤습니다.

    시즌6은 다이애나의 마지막 시기와 그 이후를 다룹니다. 1997년 파리에서의 교통사고 이후 왕실이 겪은 공화주의(Republicanism)적 여론의 거센 비판이 이 시즌의 핵심입니다. 공화주의란 세습 군주 대신 선출된 대표자가 국가를 이끌어야 한다는 정치 이념을 말합니다. 당시 영국 내 여론 조사에서 군주제 지지율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출처: The Royal Family 공식 웹사이트), 그 시기 왕실이 받은 압박은 실제로 상당했습니다.

    시즌6 후반은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만남으로 넘어가며, 이멜다 스턴턴이 연기하는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긴 통치를 돌아보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화려한 마지막을 기대했다면 조금 허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엔 그 조용한 결말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는 이 결말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졌습니다. 보통 긴 이야기는 마지막에 큰 사건이나 감동적인 장면으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하지만, 《더 크라운》은 오히려 한 사람이 자신의 시간을 정리하는 듯한 방식으로 끝납니다. 어쩌면 실제 삶도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한 음악이나 극적인 장면보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나는 최선을 다했을까’라고 묻게 되는 순간들이 더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어떤 마무리도 "충분히 잘 살았다"고 말해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서였을 겁니다.

    요약: 시즌4의 다이애나와 시즌6의 조용한 결말은 《더 크라운》이 역사 재현을 넘어 인간의 고립과 책임을 정면으로 다루는 드라마임을 보여줍니다.

     

    이 드라마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남은 질문

    《더 크라운》을 역사 다큐멘터리처럼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반대로 "그냥 픽션으로 즐기면 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두 입장 모두 조금씩 아쉽다고 느꼈습니다.

    분명히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더 크라운》은 역사적 고증(Historical Accuracy)을 기반으로 하지만, 왕실 내부의 사적 대화나 개인 감정 표현은 기록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역사적 고증이란 실제 사건, 인물, 시대 배경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려는 작업을 말합니다. 피터 모건 작가 본인도 드라마에 극적 각색이 포함되어 있음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고 난 뒤 특정 인물에 대한 인상이 확 바뀌었다면, 한 발 물러서서 실제 기록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실제 존재했던 왕실 구성원들을 다루는 만큼, 극적 재미와 사실 사이의 균형 문제는 계속 논쟁거리가 되어 왔습니다. 시즌5 방영 당시 영국 문화부 장관이 드라마 시작 전 "픽션임을 알리는 고지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요청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 점에서는 드라마를 무조건 옹호하기보다 "이 장면이 실제인가"를 스스로 따져보는 시청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드라마의 진짜 강점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보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무엇을 느꼈을까"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드라마는 빠르게 보면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천천히, 인물의 표정 변화를 따라가며 볼 때 비로소 쌓이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전개가 느리다는 점은 분명 호불호가 갈립니다. 저 역시 시즌1 초반에는 몇 번이나 ‘언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건 자체보다 대화와 표정, 침묵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보여주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느린 호흡이 오히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시즌1을 켰을 때도 "생각보다 조용한 드라마네"라는 반응이 먼저였습니다. 하지만 서사 드라마(Prestige Drama)의 특성상 느린 호흡은 의도된 선택입니다. 서사 드라마란 화려한 사건 중심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과 관계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고품질 TV 드라마 형식을 말합니다. 그 호흡에 맞춰지는 순간부터는 오히려 빠른 전개가 아쉬워집니다.

    요약: 《더 크라운》은 역사적 고증과 극적 각색이 섞인 서사 드라마로, 사실 여부를 따지면서 보되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는 시청 방식이 가장 잘 맞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더 크라운은 실제 역사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나요?

    A. 역사적 사건의 큰 흐름은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하지만, 왕실 내부의 사적 대화나 감정 표현은 극적으로 각색된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피터 모건 작가 본인도 이 점을 인정한 바 있으므로,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닌 역사 기반 픽션으로 보는 시각이 맞습니다. 관심 있는 사건은 따로 찾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Q. 시즌마다 배우가 바뀌는데 몰입이 깨지지 않나요?

    A.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제 경험상 오히려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게 해주는 장치로 작동했습니다. 클레어 포이, 올리비아 콜먼, 이멜다 스턴턴이 각자 다른 결로 엘리자베스를 연기하면서도 하나의 인물로 이어지는 연결감이 있었습니다. 시즌1을 끝내고 시즌3을 시작할 때쯤이면 자연스럽게 적응됩니다.

     

    Q. 영국 역사를 잘 몰라도 볼 수 있나요?

    A. 역사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드라마를 먼저 보고 나서 실제 사건을 검색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에즈 위기,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 다이애나 서거 같은 사건들이 드라마 안에서 충분히 맥락과 함께 소개되기 때문에, 사전 지식 없이 진입해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Q. 어느 시즌부터 보는 게 가장 재미있나요?

    A. 대부분 시즌4가 가장 인기 있다는 의견이 많고, 저도 체감상 시즌4가 가장 강렬했습니다. 다만 시즌1부터 순서대로 보는 것을 권합니다. 인물들의 관계와 맥락이 쌓여야 시즌4의 무게감이 제대로 전달되거든요. 시즌4만 단독으로 보면 "왜 이게 문제인가"가 잘 안 와닿을 수 있습니다.

     

    결론

    《더 크라운》을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왕실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게 이 드라마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국가를 책임지는 왕관을 쓰고, 누군가는 가족을 책임지는 왕관을 씁니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하루하루에도 각자가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70년에 가까운 시간을 6개 시즌에 담아 조용히 보여줍니다.

    빠른 전개나 자극적인 사건을 기대하는 분이라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 감당하며 살아가는가에 관심이 있다면, 시즌1부터 천천히 끝까지 보는 것을 권합니다. 마지막 화까지 다 보고 나면, 왕관보다 그것을 쓴 사람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을 겁니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난 뒤 저는 ‘나는 어떤 왕관을 쓰고 살아가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직장에서 책임이라는 왕관을 쓰고, 누군가는 가족이라는 왕관을 씁니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여도 각자의 자리에서 감당하는 무게는 다르다는 것을 《더 크라운》은 조용히 알려주었습니다.

    참고: 넷플릭스 공식 페이지 — 더 크라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