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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뭔가 볼 게 없나 뒤적이다가 《데드 투 미(Dead to Me)》를 틀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가볍게 한 편만 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새벽 두 시가 돼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이 드라마를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닙니다. 당시에는 무거운 작품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찾고 있었는데, 첫 화를 보고 나니 생각보다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젠이 화를 참지 못하고 툭툭 내뱉는 말들이 이상하게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상실을 겪었다고 해서 사람이 하루아침에 차분하고 성숙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속으로는 힘든데 괜찮은 척하다가 별것 아닌 말에 예민해지는 모습이 오히려 제가 주변에서 봤던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뺑소니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성과 정체가 수상한 여성이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인데, 보면 볼수록 범죄 드라마보다 인간관계 드라마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뺑소니 사고의 진실이 어떻게 밝혀질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몇 화를 지나고 나니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젠과 주디가 왜 계속 서로를 찾는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둘 다 상대방에게 숨기는 것이 있는데도 이상하게 혼자서는 버티지 못합니다. 이 부분이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3시즌으로 완결된 작품이고,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와 린다 카델리니가 이끄는 두 여성 캐릭터의 케미가 이 드라마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웃긴데 웃을 수만은 없었던 이유, 《데드 투 미》의 블랙코미디
《데드 투 미》는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다크 코미디(dark comedy)'이자 '드라메디(dramedy)'로 분류하는 작품입니다. 다크 코미디란 죽음, 범죄, 비극처럼 무거운 소재를 유머와 결합해 풀어내는 장르를 말하고, 드라메디는 드라마(drama)와 코미디(comedy)를 합친 말로 웃음과 감정이 동시에 작동하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이 두 개념이 합쳐지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냐면, 제가 보면서 딱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캐릭터가 웃긴 말을 하는데 웃으면서도 어딘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 순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의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이어지면 보는 사람도 지치는데, 그렇다고 비극적인 상황을 억지로 웃음거리로 만들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데드 투 미》는 그 중간을 비교적 잘 잡았습니다. 슬픈 상황에서 갑자기 엉뚱한 대사가 나오고, 그 대사 때문에 웃었는데 몇 초 뒤에는 ‘그런데 지금 이 사람 정말 힘든 상황이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어색한 감정이 오히려 이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드라마가 무거운 이야기에 웃음을 섞은 이유도 결국 슬픔을 조금 다르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애도 과정에서의 유머가 때로는 감정을 견디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데드 투 미》 역시 무거운 감정을 웃음과 함께 보여주면서 인물들이 상실을 견디는 모습을 표현합니다. 제가 육아를 하면서 지쳐 있던 시기에, 비슷한 처지의 엄마와 대화를 나누던 기억이 있습니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심각하게 꺼내는 대신 서로 "이 정도면 나 괜찮은 거 맞지?"라고 웃으며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웃음이 오히려 진짜 위로가 됐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 종일 정신없이 지내고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 다른 엄마가 “나도 그래”라고 말해주면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습니다. 해결책을 알려준 것도 아니고 특별한 조언을 해준 것도 아닌데,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조금 버틸 힘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젠과 주디가 서로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주지는 못하면서도 계속 곁에 머무는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젠은 화가 나고 힘든 순간에도 농담을 던지는데, 저는 그 모습이 이 드라마의 독특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젠과 주디는 왜 서로를 놓지 못했을까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나서 가장 오래 생각한 건 반전도, 사건의 결말도 아니었습니다. "도대체 젠과 주디의 관계를 뭐라고 불러야 하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젠이 주디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조금 답답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자신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과 그렇게 가까워지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저 역시 사람을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현실에서는 누군가가 나에게 잘못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 삶에서 완전히 나쁜 사람으로만 남는 것은 아니니까요. 단순한 우정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거짓말이 있고, 그렇다고 적대적 관계라고 하기엔 서로에게 너무 깊이 기대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이 관계가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늘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실망하면서도 그 사람에게 위로받을 수 있고, 미워하면서도 걱정할 수 있습니다. 젠과 주디가 보여주는 관계가 바로 그런 모순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굳이 한 단어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가장 힘든 순간에는 또 서로를 찾습니다. 저는 이런 관계가 오히려 현실의 인간관계와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주디는 젠에게 치명적인 비밀을 숨겼지만, 동시에 젠이 가장 무너져 있던 시기에 곁에 있어 준 사람이기도 합니다.
시즌 1에서 시즌 3으로 갈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비밀과 진실이 교차하면서 계속 흔들립니다. 제가 이 부분을 보면서 솔직히 답답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왜 저 선택을 하지?"라고 여러 번 중얼거렸습니다. 그런데 그 답답함이 오히려 이 드라마가 현실적이라는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현실의 관계도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요.
한 가지 제가 주목한 지점은, 젠이 피해자이면서도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하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따라갔습니다. 남편을 갑작스럽게 잃은 사람이니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하고, 주디를 의심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젠 역시 감정에 휩쓸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이 받은 상처를 이유로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상처받은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상처받은 사람도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현실이라는 것. 결국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건 상처받은 사람도 실수할 수 있고, 때로는 자신이 받은 상처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즌 3 결말을 보고 내가 아쉬웠던 부분
2022년 11월 17일 공개된 시즌 3는 공식적으로 마지막 시즌입니다. 제가 마지막 에피소드를 다 보고 나서 든 첫 느낌은 "마무리는 됐는데, 뭔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였습니다. 특히 시즌이 뒤로 갈수록 처음에 느꼈던 긴장감이 조금씩 약해졌습니다. 초반에는 젠과 주디 사이에 숨겨진 진실 하나하나가 궁금해서 계속 다음 화를 눌렀는데, 후반부에는 문제가 하나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생기려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재미가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초반의 신선함만큼 몰입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시즌이 제대로 짚어낸 것이 있습니다. 결국 이 드라마의 핵심 질문은 "과거의 잘못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였는데, 시즌 3은 그 답을 두 사람의 선택을 통해 보여줍니다. 저는 시즌 3을 보면서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것보다, 잘못을 저지른 뒤 그 책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모습을 부정할 수도 없었습니다. 현실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실망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에게 잘해줬던 시간까지 모두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그 사람이 나에게 잘해준 적이 있다고 해서 잘못까지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데드 투 미》가 끝까지 보여준 관계의 어려움도 결국 이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용서'라는 말의 무게였습니다. 저는 예전에는 누군가가 진심으로 사과하면 어느 정도는 용서해주는 것이 어른스러운 태도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사과하는 사람의 진심과 상처받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진심으로 후회한다고 해서, 상처받은 사람이 반드시 용서를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용서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한 잘못을 괜찮다고 인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용서는 남이 대신 결정해줄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젠과 주디의 관계를 보면서 ‘둘이 화해했으니 이제 다 괜찮아졌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용서는 피해자의 권리이지 가해자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데드 투 미》는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이건 드라마 안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육아를 하며 지쳐 있던 시기, 저도 누군가에게 "그럴 수 있어"라는 말 한마디를 듣고 다시 일어선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겹칠 때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생활을 챙기고 집안일을 하고, 내가 해야 할 일까지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에게 긴 조언을 들은 것보다 “나도 그런 날이 있었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더 편해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젠과 주디가 서로에게 해준 것도 완벽한 해결책이라기보다 그런 종류의 위로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해결책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 그냥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는 것. 이 드라마는 그 단순하고 중요한 사실을 젠과 주디라는 두 불완전한 사람을 통해 보여줬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데드 투 미는 시즌 몇 개이고, 완결됐나요?
A. 총 3시즌으로 완결된 작품입니다. 시즌 1이 2019년, 시즌 2가 2020년, 마지막 시즌 3가 2022년 11월 17일에 공개됐습니다. 넷플릭스가 시즌 3를 공식적으로 마지막 시즌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Q. 데드 투 미가 블랙코미디라는데, 많이 무겁거나 불편하진 않나요?
A. 죽음, 죄책감, 뺑소니처럼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캐릭터들의 대화와 상황에서 의외의 웃음이 자주 나와서 생각보다 보기 편합니다. 다만 감정적으로 무거운 장면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아주 가벼운 오락물을 기대하고 보면 중간에 결이 달라진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보면서 가장 많이 경험한 건 웃다가 갑자기 마음이 먹먹해지는 그 특유의 템포였습니다.
Q. 젠과 주디 중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요?
A. 이 드라마가 의도적으로 그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시즌 초반에는 비교적 쉽게 판단이 서는 것 같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두 사람 모두 잘못된 선택을 하고 상대에게 상처를 줍니다. 선과 악으로 깔끔하게 나뉘는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이 드라마의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데드 투 미》는 범죄 미스터리로 시작해서 인간관계에 관한 드라마로 끝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단순히 ‘재미있는 범죄 드라마’라고 소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상처받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의지하면서도 계속 문제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착한 사람도 없고, 모든 선택이 이해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반전이 있고 사건이 있지만, 제가 보고 나서 가장 오래 생각한 건 젠과 주디라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완벽하지 않고, 거짓말도 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만, 그럼에도 가장 힘든 순간에 곁에 있었던 사람. 그게 이 드라마가 말하는 우정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시즌 3에서는 이야기를 조금 더 일찍 정리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초반의 날카로운 긴장감과 젠과 주디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후반부의 여러 사건에 묻히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즌 1과 시즌 2에서 느꼈던 몰입감이 가장 좋았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이 반복되는 패턴이 생기고, 일부 전개는 작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다크 코미디라는 형식 안에서 책임, 용서, 죄책감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밀도 있게 풀어낸 드라마는 많지 않습니다. 이미 완결된 작품이니,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이어서 보실 수 있다는 것도 지금 보기에 딱 좋은 조건입니다. 세 시즌을 다 보고 나니 이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건의 범인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힘든 시기에 누구의 곁에 있었는가였습니다. 젠과 주디는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라고만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서로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사람에게 필요한 건 항상 정답이나 해결책이 아니라, 때로는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데드 투 미》는 완벽한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보고 난 뒤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