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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터 콜 사울 지미 맥길과 킴 웩슬러 이미지

    넷플릭스에서 볼 드라마를 찾다가 《브레이킹 배드》를 이미 본 분이라면 한 번쯤 《베터 콜 사울》 썸네일 앞에서 망설여봤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스핀오프 아닐까" 하고 한참을 미뤘습니다. 직접 보기 시작하고 나서야 이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이야기라는 걸 시즌 2쯤에서 확실히 느꼈습니다. 6시즌을 다 보고 난 지금, 제가 기억하는 건 사울 굿맨의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 지미 맥길이라는 한 사람이 내린 수많은 작은 선택들입니다. 처음에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지미가 답답하다는 생각을 꽤 많이 했습니다. 분명 머리도 좋고 말도 잘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도 있는데, 왜 굳이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을 반복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즌이 진행될수록 그 답답함이 조금씩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습니다. '나라면 정말 다르게 행동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미가 저지른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은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작은 편법 하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 하나, 자존심 때문에 내린 선택 하나가 쌓이면서 결국 자신이 가장 피하고 싶었던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지미 맥길은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었을까 — 배경과 맥락

    《베터 콜 사울》은 2015년 첫 방영을 시작해 2022년 시즌 6으로 완결된 AMC의 범죄 드라마입니다. 제작은 빈스 길리건과 피터 굴드가 맡았고, 주연 밥 오든커크가 지미 맥길과 사울 굿맨이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연기합니다. 《브레이킹 배드》의 프리퀄(prequel)이라는 점이 자주 강조되는데, 여기서 프리퀄이란 기존 작품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이야기를 다루는 전편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캐릭터가 그 모습이 되기 전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시즌 1의 지미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크게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굳이 어렵게 돌아가는 방법을 쓰고, 형 척 맥길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안달하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시즌을 쌓아가면서 이상하게 이 인물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미가 가장 힘들어하는 건 돈이나 지위 그 자체가 아니라 '나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척 맥길은 법률 분야에서 명성 높은 HHM의 공동 창립자이면서 지미의 형입니다. 두 형제의 갈등이 이 작품 전반부의 핵심 축인데, 척은 지미가 변호사로 성장하려 할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그 길을 막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지미를 방해하는 형'처럼 보이지만, 시즌이 쌓일수록 척 역시 단순한 악역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제가 이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아, 이건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구나"를 실감한 순간이 바로 척을 다시 보게 된 그 시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척이 너무 밉게 느껴졌습니다. 동생이 어렵게 변호사가 되었는데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지미가 조금이라도 잘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척에게도 나름의 두려움과 자존심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자신이 평생 쌓아온 법조인으로서의 명성이 동생 때문에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척의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형제였기 때문에 더 안타까웠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이 드라마가 참 영리하다고 느꼈습니다. 누가 완전히 옳고 누가 완전히 나쁜지를 쉽게 정해버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쪽을 미워하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이 《베터 콜 사울》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3에서 척의 사망으로 두 형제의 갈등은 법적 분쟁 끝에 비극적으로 끝납니다. 그리고 시즌 4에서 지미는 변호사 자격을 회복하면서 자신이 만들어낸 이름, 사울 굿맨을 선택합니다. 이 순간이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척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감추고, 아예 다른 정체성으로 갈아입는 선택이었으니까요.

    • 제목: 베터 콜 사울(Better Call Saul) / 장르: 범죄·드라마
    • 방영: 2015~2022년, 총 6시즌 완결
    • 주연: 밥 오든커크(지미 맥길/사울 굿맨), 레아 시혼(킴 웩슬러), 조너선 뱅크스(마이크 에르만트라우트)
    • 제작: 빈스 길리건·피터 굴드 / 연결 작품: 《브레이킹 배드》
    요약: 지미 맥길은 처음부터 악인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편법에 익숙한 성향이 충돌하면서 조금씩 사울 굿맨으로 변해간 인물입니다.

     

    작은 선택이 결국 사람을 만든다 — 6시즌 핵심 분석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제가 가장 강하게 느낀 건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지미가 사울 굿맨이 되는 건 단 하나의 큰 사건 때문이 아닙니다. 시즌 2에서 척의 서류 주소를 몰래 바꾸는 것처럼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작은 편법들이 반복되고, 그 선택들이 또 다른 선택을 강제하면서 어느 순간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지점까지 밀려납니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저도 제 일상을 한 번씩 돌아보게 됐습니다. 물론 지미가 하는 행동과 제가 일상에서 했던 선택을 같은 수준으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람에게는 누구나 '이번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 일을 하면서 처음에는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선택이 나중에는 생각보다 큰 고민으로 돌아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당장 편한 방법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처음부터 원칙대로 했으면 더 편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미의 이야기가 단순히 범죄 드라마 속 인물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규모는 전혀 다르지만, 사람의 선택이 조금씩 방향을 바꿔놓는다는 점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킴 웩슬러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였습니다. 처음에는 킴이 지미보다 훨씬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었고, 지미가 무리한 일을 할 때도 어느 정도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후반부의 킴을 보면서 오히려 지미보다 더 놀랐습니다. 지미는 원래부터 편법에 익숙한 사람이었지만, 킴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점점 그 선을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특히 두 사람이 하워드에게 벌이려는 일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이제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지미가 킴을 나쁜 방향으로 끌고 간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킴 역시 지미가 가진 위험한 면을 꺼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서로를 좋아하고 의지하는 관계라고 해서 항상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 드라마에서 꽤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레아 시혼이 연기한 킴은 자신의 힘으로 성공한 변호사로, 처음엔 지미보다 훨씬 원칙적인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킴 역시 지미의 방식에 물들기 시작합니다. 시즌 5 마지막에서 킴이 먼저 하워드 햄린을 무너뜨릴 계획을 꺼낼 때, 지미조차 잠깐 멈칫합니다. 이 장면이 저는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하는 사이라서 오히려 서로의 위험한 면을 더 쉽게 끌어낸다는 게 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AMC 공동 창작자 피터 굴드는 시즌 6의 법정 장면을 "사울 굿맨의 마지막 순간이자 지미 맥길로 돌아오는 순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출처: AMC). 저도 이 해석에 강하게 공감했습니다. 지미는 그 순간 자신에게 훨씬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었는데, 처음으로 그 유혹을 거절합니다.

    마이크 에르만트라우트와 거스 프링의 이야기는 《브레이킹 배드》를 본 시청자라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서브플롯(subplot), 즉 주 이야기와 별도로 진행되는 부수 이야기입니다. 이 두 인물의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거스가 어떻게 그토록 치밀한 조직을 만들어냈는지 납득이 됩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마이크·거스·나초 중심의 범죄 조직 이야기가 지미의 이야기보다 비중이 커지는 순간에는 "이게 누구의 드라마인가"라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이 필요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브레이킹 배드》와 연결되는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야기이고, 마이크와 거스의 과거를 보는 재미도 분명했습니다. 특히 마이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마이크가 되었는지를 보는 것은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지미와 킴의 이야기가 가장 궁금했던 시청자였기 때문에, 범죄 조직의 이야기가 길어질 때는 조금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장면이 결국 지미의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본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시즌 전체를 다 보고 나니 이 두 이야기가 완전히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미가 사울 굿맨으로 변해가는 과정과 마이크가 범죄 세계에 깊이 들어가는 과정이 결국 같은 세계에서 만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마이크와 거스의 이야기가 조금만 줄어들고 지미와 킴의 심리와 관계가 더 많이 다뤄졌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지미와 킴의 관계에 좀 더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요약: 사울 굿맨은 하나의 큰 사건이 아니라 수십 번의 작은 선택이 쌓인 결과물이며, 킴과의 관계는 사랑이 반드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건 아님을 보여주는 핵심 축입니다.

     

    마지막에 지미 맥길로 돌아간다는 것의 의미 — 결말과 우리 삶에 적용

    시즌 6 결말에서 지미는 '진 타코빅'이라는 가명으로 조용히 숨어 살다가 결국 체포됩니다. 법정에서 그는 협상을 통해 자신의 형량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할 뻔했습니다. 변호사로서의 협상 능력, 즉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끝까지 살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킴이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지미는 방향을 바꿉니다. 준비해둔 각본 대신 자신이 실제로 저지른 일들을 법정에서 직접 말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구원'보다는 '인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이 장면을 볼 때 저는 통쾌하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마음이 묘했습니다. 지미가 감옥에 가는 것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동시에 '조금만 더 영리하게 빠져나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마음 때문에 결말이 더 좋았습니다. 지미는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유리한 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할 능력도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그 능력을 자신을 보호하는 데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지미가 처음으로 선택한 '정직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잃은 뒤였지만, 적어도 마지막 순간만큼은 사울 굿맨이라는 가면 뒤에 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말을 보고 난 뒤에는 이상하게도 허무하기보다 조용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지미가 감옥에 가는 것이 행복한 결말은 아니지만, 그가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기로 한 선택만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지미가 한 순간의 선택으로 모든 걸 되돌린 건 아닙니다. 그가 피해를 준 사람들의 상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울 굿맨이라는 정체성 뒤에 계속 숨는 대신, 지미 맥길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행동과 마주하기로 선택합니다. 그게 이 드라마가 말하고 싶었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라고 제 경험상 느꼈습니다.

    《베터 콜 사울》은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인물이 이야기 안에서 변화하는 곡선을 그리는 방식이 매우 촘촘합니다. 여기서 캐릭터 아크란 주인공이 처음과 끝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서사 구조를 뜻합니다. 지미 맥길 → 사울 굿맨 → 진 타코빅 → 다시 지미 맥길로 이어지는 이 곡선은, 사람이 한 번의 큰 사건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반복된 선택의 무게로 바뀐다는 걸 6시즌에 걸쳐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넷플릭스 역시 이 시리즈를 도덕적 타협의 과정을 다룬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출처: Netflix).

    제가 이 드라마를 보고 오래 남은 생각은 하나입니다.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 인정받고 싶은 마음 자체는 잘못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마음 때문에 자신이 중요하게 여겼던 원칙을 하나씩 포기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예전의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지미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걸 직접 인정한 것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됐습니다.

    요약: 지미의 결말은 단순한 몰락이 아닌, 수십 년의 선택 끝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과 책임을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으로 읽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브레이킹 배드를 안 봐도 베터 콜 사울을 즐길 수 있나요?

    A. 제 경험상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지미 맥길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완결된 서사입니다. 다만 마이크, 거스 프링, 헥터 살라만카 같은 인물이 등장할 때 《브레이킹 배드》를 알면 훨씬 다른 층위의 재미가 생깁니다. 오히려 《베터 콜 사울》을 먼저 보고 《브레이킹 배드》를 보는 순서도 꽤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Q. 킴 웩슬러는 베터 콜 사울에서 실제로 어떻게 되나요?

    A. 킴은 시즌 6에서 하워드 햄린의 죽음에 자신들의 계획이 연루됐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지미와 이별을 선택합니다. 이후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고백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지미의 법정 장면에서 킴의 선택이 지미의 마지막 결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킴은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 중 한 명이라고 봐도 과하지 않습니다.

     

    Q. 베터 콜 사울 초반이 너무 느린데 언제부터 재미있어지나요?

    A. 솔직히 시즌 1~2는 인물 관계와 배경을 쌓는 시간이라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시즌 3에서 지미와 척의 법적 충돌이 본격화되면서 몰입도가 확 올라갔습니다. 시즌 4부터는 사울 굿맨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속도감도 달라집니다. 초반 2~3화에서 판단하기보다 최소 시즌 1을 끝까지 보는 걸 권합니다.

     

    Q. 베터 콜 사울 결말은 해피엔딩인가요?

    A. 지미가 감옥에 가는 결말이라 단순히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저는 이걸 패배의 결말로 읽지 않았습니다.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바꾸고 거짓말로 삶을 포장해왔던 사람이 마지막에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선택한 순간으로 느껴졌습니다. 화려한 반전보다 훨씬 묵직하게 남는 결말입니다. 다만 결말이 모든 시청자에게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6시즌 동안 지미가 수많은 일을 벌이고 사울 굿맨으로 살아온 만큼, 마지막에 조금 더 극적인 사건이나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기대한 시청자라면 다소 담담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이렇게 끝나는 건가?'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오히려 이 작품에는 이런 결말이 어울렸습니다. 지미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반전이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일을 인정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봤을 때보다 결말을 되짚어볼수록 더 좋은 쪽으로 평가하게 됐습니다.

     

    결론

    처음엔 "사울 굿맨 과거 이야기"라는 단순한 기대로 시작했는데, 6시즌을 다 보고 나니 이건 그것보다 훨씬 큰 이야기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난 뒤 저는 '사람은 왜 잘못된 선택을 알면서도 계속하는가'라는 생각을 오래 했습니다. 지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영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필요할 때마다 그 영리함으로 상황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런데 그 능력이 결국 자신을 구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더 깊은 곳으로 끌고 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에게 《베터 콜 사울》은 결국 성공이나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가까운 사람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잘못된 길에 들어섰을 때 다시 돌아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사울 굿맨보다 지미 맥길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됐습니다. 화려한 변호사 사울 굿맨의 모습보다, 인정받고 싶어 했고 사랑받고 싶어 했으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 했던 지미라는 사람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베터 콜 사울》이 제게 남긴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은 선택은 앞으로의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드라마를 다 보고도 이 질문이 계속 남는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충분히 오래 기억할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지미 맥길이 사울 굿맨이 되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일상에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넘겼던 선택들을 한 번씩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더 빠른 방법에 대한 유혹, 주변 사람의 영향. 이것들이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이 작품을 통해 다시 실감했습니다.

    빠른 전개보다 인물의 심리와 관계를 천천히 따라가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베터 콜 사울》은 충분히 그 기대에 답하는 작품입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편하게 추천할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시즌 1~2에서는 전개가 느리게 느껴져서 몇 번이나 '조금만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마이크와 거스의 이야기가 길어질 때는 지미와 킴의 이야기가 더 보고 싶다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즌을 끝까지 보고 나니 초반의 느린 전개가 지미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미가 갑자기 사울 굿맨이 된 것이 아니라, 작은 선택과 관계의 변화가 오랫동안 쌓여 만들어진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빠르게 몰아보기보다는 인물의 감정과 선택을 천천히 따라갈 때 더 재미가 커지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브레이킹 배드》와 함께 보면 더 좋지만, 없어도 지미 맥길이라는 인물 하나만으로 6시즌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총평은 10점 만점에 9점입니다.

    참고: AMC Better Call Saul 공식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