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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썸바디'를 처음 틀었을 때 그냥 평범한 범죄물이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회를 다 보고 난 뒤에도 한참 멍하니 있었습니다. 재밌어서가 아니라 마음 어딘가가 불편하게 긁혔기 때문이었습니다. AI 매칭앱을 소재로 삼아 외로움, 집착, 사랑의 경계를 다루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썸바디'. 이 글에서는 작품의 배경과 줄거리, 핵심 심리 분석, 그리고 제가 직접 느낀 현실과의 연결 지점까지 차례대로 풀어봅니다.
배경과 맥락 — AI 매칭앱이 어쩌다 살인의 연결고리가 됐나
'썸바디'의 주인공 김섬은 뛰어난 개발자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타인과 감정을 나누는 데 유독 어려움을 느끼는 인물이라는 겁니다. 세상과 연결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만든 연결 도구, 그게 바로 AI 기반 데이팅 앱 '썸바디'입니다.
이 앱의 핵심은 추천 알고리즘(Recommendation Algorithm)입니다. 여기서 추천 알고리즘이란 사용자의 행동 패턴, 취향, 반응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해 가장 잘 맞는 상대를 예측·제안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말합니다. 단순히 나이나 취미를 맞춰주는 수준이 아니라, 사람의 무의식적인 선호까지 파고드는 구조입니다. 드라마는 바로 이 지점을 교묘하게 활용합니다.
사건은 앱 이용자들이 잇따라 피해자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썸바디'라는 플랫폼이 연쇄살인의 연결고리로 의심받는 순간, 기술이 중립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시청자에게 전달됩니다. 기술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인간의 의도와 욕망이 방향을 결정한다는 메시지를 작품은 초반부터 깔아둡니다.
저는 이 설정이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요즘은 메신저나 SNS, 각종 매칭 앱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는 일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됐으니까요. 화면 속 모습만 보고 상대를 다 안다고 착각했다가 실제로 만나서 전혀 다른 사람이었던 경험, 저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 추천 알고리즘: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상대를 제안하는 AI 시스템
- 플랫폼 중립성의 역설: 기술은 중립이지만,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냄
- 온라인 관계의 불완전성: 데이터와 프로필만으로는 상대방의 진짜 내면을 알 수 없다는 한계
심리 분석 — 공포와 끌림이 공존하는 관계의 정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건 김섬과 성윤오의 관계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심리학 용어로 설명하면 트라우마 본딩(Trauma Bonding)에 가깝습니다. 트라우마 본딩이란 위험하거나 해로운 관계 속에서도 상대에게 강하게 의존하거나 끌리게 되는 심리적 유대를 말합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개념인데, 김섬이 윤오에게 공포를 느끼면서도 그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심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성윤오라는 캐릭터를 두고 "처음부터 괴물이었을까, 아니면 어느 순간부터 변한 걸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좀 다르게 봤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본성을 감추고 있었고, 김섬은 그 틈새를 알아채면서도 끌리는 감정을 무시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도, 단순한 공포물도 아닌 어중간하고 불편한 지점에 내내 머뭅니다.
한편 연쇄살인마를 프로파일링(Profiling)하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프로파일링이란 범죄자의 행동 패턴, 심리적 특성, 과거 이력 등을 분석해 미래 범행을 예측하거나 용의자를 좁혀가는 수사 기법을 의미합니다. 드라마에서 경찰은 이 과정을 통해 윤오를 의심하지만, 그가 남긴 흔적의 교묘함 때문에 명확한 증거를 잡지 못합니다. 이 부분이 오히려 현실 수사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썸바디'의 연출 방식도 특이합니다. 대사보다 침묵과 시선으로 긴장감을 조이는 방식인데, 이건 제가 직접 봐서 느낀 거지만 기존 한국 스릴러와는 확실히 결이 다릅니다. 출처: Netflix 공식 페이지에서도 이 작품을 "심리 스릴러"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 표현이 딱 맞습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 하나가 훨씬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현실 연결 —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질문은 "AI가 정말 사람을 이어줄 수 있을까"였습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만남 서비스 이용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MZ세대를 중심으로 앱 기반 인간관계 형성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그런데 저는 이 흐름이 꼭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고리즘은 겉으로 드러난 행동 데이터를 학습하지만, 사람의 진심이나 의도,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감정까지는 아직 포착하지 못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온라인에서 말이 잘 통한다고 느꼈던 사람이 실제로 만났을 때는 전혀 다른 온도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반대 경우도 있었고요.
'썸바디'가 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 불편함이 작품의 가장 큰 가치라고 봅니다. "연결이 많아질수록 더 외로워질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극의 구조 자체로 보여주거든요. 기술이 사람을 이어줄 수는 있어도, 신뢰와 배려는 결국 직접 관계를 쌓아가는 시간 속에서만 만들어진다는 것을 작품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립니다. 저도 살면서 "이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일 거야"라고 믿었다가 전혀 다른 모습에 당황했던 적이 있고, 반대로 처음엔 차갑게만 느껴졌던 사람이 알고 보니 가장 배려심 깊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첫인상이나 데이터로 상대를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메시지, 이 드라마는 그걸 꽤 강하게 던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썸바디 결말이 열린 결말인가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A. 맞습니다. '썸바디'는 모든 것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열린 결말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권선징악이 아니라 시청자 각자가 "김섬은 정말 자유로워졌을까", "윤오는 처음부터 괴물이었을까"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여백을 남겨둡니다. 작품의 여운이 오래 가는 이유가 바로 이 열린 구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Q. 썸바디, 액션 많은 스릴러 좋아하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나요?
A. 솔직히 말씀드리면 호불호가 꽤 갈리는 작품입니다. 빠른 전개와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고 보면 답답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인물의 심리 변화와 분위기를 천천히 따라가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기존 한국 스릴러와는 확실히 결이 다릅니다.
Q. 썸바디에서 AI 앱이 실제로 범죄를 일으키는 건가요?
A. AI 앱 자체가 범죄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작품은 기술은 중립적이라는 전제 아래, 그 기술을 악용하는 인간의 욕망과 폭력성이 비극을 만든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범인은 앱을 단순히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도구로 사용했을 뿐이며, 문제의 근원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선택에 있다는 메시지가 핵심입니다.
Q. 썸바디 몇 부작이고 몇 화까지 있나요?
A. '썸바디'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총 8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회차는 비교적 짧은 편이라 한 번에 몰아보기에도 부담이 없는 분량입니다. 다만 분위기 자체가 천천히 쌓여가는 작품이라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결론
'썸바디'는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오래 불편함이 남았던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그 불편함이 나쁜 게 아니라, 작품이 의도한 감각이라는 걸 다 보고 나서야 느꼈습니다. AI와 기술이라는 현대적 소재를 빌려 결국 인간의 외로움과 연결에 대한 갈망, 그리고 사랑과 집착 사이 어딘가를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빠른 전개를 원한다면 분명 답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범죄 스릴러와 다른 심리적 밀도를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진짜 무서운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일지 모른다"는 질문을 한 번쯤 해보고 싶다면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보고 난 뒤에는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시길 권합니다. 해석이 사람마다 꽤 다르게 갈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