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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트들 시즌1~8의 배경을 떠올리게 하는 고풍스러운 명문 사립학교 정면 모습

    넷플릭스를 켜면 뭘 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고르고 끄는 날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날 우연히 시작한 게 《엘리트들(Elite)》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청춘 로맨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예쁜 학교와 잘생긴 학생들이 나오는 흔한 하이틴 드라마일 거라고 예상했죠. 그런데 몇 화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살인 사건과 계급 갈등이 얽히기 시작하면서 단순히 '재미있는 드라마'가 아니라 사람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이틴 드라마니까 가볍겠지'라는 생각으로 첫 화를 틀었는데, 이튿날 새벽까지 시즌1을 통째로 보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시즌8까지 이어진 스페인 오리지널 시리즈가 왜 이렇게 오래 살아남았는지, 직접 정주행하면서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라스 엔시나스라는 공간이 만들어 내는 계급 갈등

    혹시 학창 시절에 반 안에서 자연스럽게 무리가 나뉘는 걸 경험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중학교 때 전학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처음 몇 달 동안 어느 그룹에도 끼지 못하고 혼자 밥을 먹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엘리트들》을 보면서 그 기억이 불쑥 올라왔습니다.

    시즌1은 공립학교 붕괴 사고 이후 장학생 자격으로 명문 사립학교 라스 엔시나스에 입학한 사무엘, 나디아, 크리스티안 세 명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 설정 자체가 이미 계급 갈등(class conflict)의 구조를 깔고 들어옵니다. 계급 갈등이란 경제적·사회적 지위 차이에서 비롯된 집단 간의 긴장과 충돌을 뜻하는데, 이 드라마는 그걸 '학교'라는 일상적인 공간 안에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부유층 학생들이 차고 다니는 명품 시계, 별장에서 열리는 파티, 그리고 성적보다 인맥이 먼저인 학교 문화.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드라마가 계급 차이를 '악당 대 선인' 구도로 단순화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구스만 같은 부유층 캐릭터도 결국 자신만의 상처와 사정이 있고, 사무엘 같은 장학생도 완전한 선인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라스 엔시나스라는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욕망과 비밀이 축적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시즌마다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고 나가지만 이 공간의 속성 자체는 바뀌지 않습니다. 학교는 그대로인데 그 안을 채우는 사람들만 바뀌는 구조, 그게 시즌8까지 이 시리즈가 유지될 수 있었던 뼈대라고 생각합니다. 흥미로웠던 건 시간이 지나도 갈등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등장인물은 계속 바뀌는데도 결국 돈과 권력,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같은 방식으로 충돌합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번에는 누가 죽을까'보다 '이번에는 누가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를 보게 되더군요.

    • 시즌1~3: 장학생 출신 원년 멤버들 중심, 계급 갈등과 살인 사건이 촘촘하게 연결
    • 시즌4~5: 새 교장 가족 등장, 세대 교체와 함께 학교 권력 구조 변화
    • 시즌6~8: 사회적 이슈(성폭력, SNS 여론, 혐오 범죄) 전면에 부각
    요약: 라스 엔시나스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계급 갈등과 욕망이 충돌하는 장치이며, 이 구조가 시즌8까지 시리즈를 지탱하는 핵심입니다.

     

    시즌별 변화,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반복됐나

    8개 시즌을 정주행하면서 저는 중간쯤에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살인 사건이야?" 물론 반복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익숙한 구조 덕분에 편하게 몰입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긴장감보다 공식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분명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3 이후부터는 미스터리보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보는 재미가 더 커졌습니다. 반복되는 사건 구조가 주는 피로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데 그 피로감 속에서도 계속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되는 이유가 뭔지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초반 3개 시즌은 지금도 완성도 면에서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살인 사건의 진범이 시즌 초반부터 플래시포워드(flash-forward) 기법으로 암시됩니다. 플래시포워드란 미래 시점의 장면을 현재보다 앞서 보여주는 서사 기법으로, 시청자가 '결말은 알지만 이유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추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방식이 첫 화부터 몰입도를 급격히 높이는 결정적 요소였습니다.

    시즌4부터는 캐릭터 교체가 본격화됩니다. 새 교장 벤하민과 그의 자녀들 아리, 멘시아, 패트릭이 등장하면서 기존 멤버들이 하나둘 졸업하거나 퇴장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캐릭터 교체가 이렇게 빠르게 진행될 줄은 몰랐거든요. 애착을 붙이던 인물이 갑자기 사라지면 그다음 시즌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저도 처음에는 새 캐릭터들에게 쉽게 정이 가지 않았습니다. 기존 인물들이 만들어 놓은 관계와 감정선이 워낙 강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이야기에도 적응했지만, 초반 시즌만큼의 몰입감을 끝까지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시즌6~8에서는 성폭력, SNS 여론 재판, 혐오 범죄처럼 현실적인 사회 문제가 중심 소재로 들어옵니다. 내러티브(narrative), 즉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서사의 중심축이 '범인 찾기'에서 '사회 문제 고발'로 이동한 셈입니다. 이 변화가 초반 시즌을 좋아했던 시청자에게는 아쉬움으로 느껴질 수 있고, 반대로 신선함으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도 있을 것입니다. 제 경우엔 두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특히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끔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이야기보다 앞서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드라마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보다 특정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장면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출처: 넷플릭스 공식 페이지 — 엘리트들

     
    요약: 시즌1~3의 플래시포워드 기법과 촘촘한 미스터리 구조가 가장 완성도 높았으며, 시즌4 이후 캐릭터 교체와 사회 이슈 중심 전환은 새로운 방향이었지만 초반의 긴장감을 완전히 유지하진 못했습니다.

     

    시즌8 결말과 이 시리즈가 남긴 것

    마지막 시즌을 보기 전에 저는 한 가지를 기대했습니다. '라스 엔시나스가 어떤 방식으로 끝나는가'였습니다. 8시즌 동안 쌓인 사건들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가 이 시리즈 전체의 메시지를 결정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시즌8에서는 동문회라는 장치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다시 연결됩니다. 새 인물 에밀리아와 엑토르 남매가 학교 권력을 장악하려 하고, 오마르는 그 흐름에 맞서 진실을 찾아 나섭니다. 또 한 번의 살인 사건, 또 한 번의 경찰 수사.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라스 엔시나스는 결국 문을 닫습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이 개념은 드라마나 문학에서 긴장과 감정이 절정에 달한 뒤 해소되는 정서적 정화 경험을 뜻합니다. 학교가 문을 닫는 결말은 그런 의미에서 적절한 마무리였습니다. 처음에는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결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공간도 결국 그 안에서 벌어진 선택의 결과를 끝없이 감당할 수는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수많은 사건의 무대가 사라지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는 점이 제게는 꽤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정주행을 하는 동안 가장 놀랐던 건 제가 응원하는 인물이 계속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사무엘 편이었다가 어느 순간에는 구스만을 이해하게 되었고, 또 다른 시즌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에게 감정이 옮겨가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선과 악으로 쉽게 나눌 수 없다는 점을 이 드라마가 꽤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8시즌을 다 보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그 선택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계속 묻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사람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저마다의 상처와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 그리고 그 비밀이 어느 순간 터질 때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 드라마는 8시즌 내내 보여줬습니다.

    스페인 문화체육부 산하 ICAA(스페인 영화예술청)는 《엘리트들》을 스페인 영상 콘텐츠의 국제적 성공 사례로 공식 언급한 바 있으며, 이 시리즈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콘텐츠 중 글로벌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한 작품입니다. 출처: ICAA(스페인 영화예술청)

    요약: 라스 엔시나스의 폐교로 끝나는 시즌8의 결말은 8년간의 이야기에 카타르시스를 부여하며, 이 시리즈가 결국 '선택의 결과'를 묻는 작품이었음을 확인시켜 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엘리트들 시즌1~8 다 봐야 하나요, 아니면 몇 시즌까지만 봐도 되나요?

    A. 제 경우엔 시즌1~3을 가장 집중해서 봤고, 그 자체로 완결성이 꽤 높습니다. 이후 시즌은 새로운 캐릭터 중심의 별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초반 멤버들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면 시즌3 이후로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미리 알고 보시면 좋습니다. 그래도 시즌8까지 전체적으로 하나의 세계관이 유지되니 정주행을 한다면 끝까지 보는 편이 낫습니다.

     

    Q. 엘리트들은 자극적인 장면이 많나요? 어느 정도인가요?

    A.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답게 성적 표현과 폭력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파티 신이나 로맨스 장면은 꽤 직접적으로 묘사됩니다. 후반 시즌으로 갈수록 성폭력이나 혐오 범죄 같은 무거운 소재도 다루고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보다가 갑자기 무거운 이야기가 나와 당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Q. 시즌마다 주인공이 바뀌나요? 연속해서 봐야 하나요?

    A. 시즌4부터는 기존 주요 인물들이 졸업하거나 퇴장하고 새 캐릭터들이 중심으로 들어옵니다. 라스 엔시나스라는 배경과 큰 세계관은 이어지지만, 사실상 시즌4부터는 신규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리셋되는 느낌이 강합니다. 1화부터 순서대로 보는 것이 맥락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Q. 엘리트들 시즌8로 완전히 끝난 건가요?

    A. 시즌8이 시리즈의 공식 마지막 시즌으로 라스 엔시나스가 문을 닫으며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2024년 기준으로 넷플릭스가 추가 시즌 제작을 발표한 내용은 없으며, 제작진도 시즌8을 완결편으로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결론

    《엘리트들》은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머릿속에 남은 시리즈였습니다. 화려한 영상과 빠른 전개가 일단 시청자를 붙잡아 두지만, 정작 오래 기억되는 건 인물들이 내린 선택과 그 결과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작품은 드뭅니다.

    시즌1~3은 완성도 면에서 지금도 추천할 만하고, 이후 시즌은 새로운 이야기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어 원어로 보는 것도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볼 작품을 고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면, 그냥 시즌1 1화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새벽까지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모든 시즌이 같은 완성도를 유지한다고 기대하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저는 시즌1~3이 가장 강렬했고, 이후 시즌은 새로운 시리즈를 본다는 마음으로 접근했을 때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시즌8까지 모두 보고 나니 하나의 긴 성장기를 함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화려한 사건보다 결국 사람의 선택이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참고: 넷플릭스 공식 — 엘리트들 / ICAA 스페인 영화예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