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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드라마를 찾다 보면 자극적인 설정에 끌려 보기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에겐 넷플릭스 《오자크》가 딱 그랬습니다. 돈세탁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울 것 같아 틀었는데, 다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건 범죄 장면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다는 말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처음 《오자크》를 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몇 화는 솔직히 ‘다음에는 또 어떤 일이 터질까?’ 하는 마음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시즌이 쌓일수록 범죄 자체보다 가족들이 변해가는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마티와 웬디를 바라보는 제 시선은 처음과 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말이 어느 정도는 이해됩니다. 저 역시 아이와 관련된 일이 생기면 내가 조금 더 힘들더라도 대신 해결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마티의 행동에 어느 정도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보다 보니 ‘가족을 지킨다’는 말이 모든 행동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가족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위험한 결정을 혼자 내리고, 그 결과를 가족이 함께 감당하게 만드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오자크》가 제게 오래 남은 이유도 바로 이 지점 때문이었습니다.
가족을 지키려던 마티, 결국 가족까지 위험에 빠뜨리다
《오자크》는 재무설계사 마티 버드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자금세탁(money laundering)에 연루되면서 시작됩니다. 마티는 동업자의 횡령 때문에 카르텔의 표적이 되고, 살아남기 위해 가족을 이끌고 미주리주 오자크 호수 지역으로 이주합니다. 마티는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오자크 지역에서 새로운 자금세탁 사업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문제는 그 순간부터 가족의 평범한 일상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설정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건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하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울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현실에서는 카르텔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작은 문제라고 생각해서 한 번 넘어갔는데, 그걸 수습하기 위해 또 다른 선택을 하고, 그 선택 때문에 다시 새로운 문제가 생기는 식입니다. 《오자크》는 이런 과정을 극단적인 범죄 이야기로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에는 마티를 가족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가장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몇 편을 더 보고 나서부터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초반에는 마티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정말 이것만이 방법이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물론 카르텔이라는 거대한 위협 앞에서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티를 단순히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 애매함 때문에 더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계속 따라가다 보니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가족이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놓인 가장 큰 이유가 결국 마티의 선택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요.
마티와 대비되어 가장 인상적으로 변하는 인물은 아내 웬디입니다. 저는 사실 초반의 웬디보다 후반의 웬디가 훨씬 불편했습니다. 처음에는 남편 때문에 갑자기 위험한 상황에 놓인 사람처럼 보여서 웬디에게 연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웬디가 스스로 권력을 선택하고, 그 선택을 점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정말 가족만을 위해서 움직이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의 웬디는 남편이 만들어 놓은 상황에 끌려가는 피해자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시즌이 진행될수록 웬디는 정치적 인맥과 사업적 영향력을 직접 설계하면서 움직이는 인물로 바뀝니다. 이 차이가 부부 사이에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무섭게 느꼈던 건 사실 폭력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인물들이 위험한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는가였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거짓말 하나에도 손이 떨리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같은 종류의 일을 별 감흥 없이 처리합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이 나쁜 선택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가장 무섭다고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누군가를 속이는 것조차 큰 결심이 필요했던 인물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합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잘못을 선택합니다. 처음과 마지막을 비교해 보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준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현실에서도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드라마처럼 범죄에 연루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도 작은 선택 하나가 생각보다 큰 방향을 바꿀 때가 있습니다. ‘이번 한 번만’, ‘아이를 위해서니까’라고 생각했던 일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내가 처음 세웠던 기준을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자크》의 범죄 이야기가 저에게는 단순히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 적응에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제가 먼저 해결하려고 했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당시에는 아이에게 걱정을 안겨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먼저 자세히 묻기보다 제가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책부터 찾으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과 아이 대신 모든 것을 결정하려는 마음은 전혀 다른데, 그때는 그 차이를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오자크》에서 마티가 가족을 위해 중요한 결정을 혼자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의 제 모습이 조금 떠올랐습니다. 물론 제가 했던 행동과 마티의 선택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는 마음이 때로는 상대방의 생각을 들을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드라마를 보고 난 뒤 아이와 관련된 일이 생기면 예전보다 먼저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려고 합니다. 부모가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반드시 좋은 보호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혼자 고민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습니다. 그런데 마티가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할수록 가족이 더 깊은 위험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문득 그때 제 행동이 떠올랐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는 이유가 가족의 의견을 빼놓는 변명이 되는 순간이 있다는 걸, 드라마가 꽤 날카롭게 짚어냈다고 봅니다.《오자크》가 단순한 범죄 스릴러와 다른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가족을 사랑한다는 것과 가족을 대신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이 드라마는 꽤 긴 시간을 들여 보여줍니다.
루스 랭모어를 가장 응원했던 이유, 그리고 결말이 더 씁쓸했던 이유
《오자크》에서 제가 감정적으로 가장 가깝게 따라간 인물은 루스 랭모어였습니다. 처음부터 루스를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말투도 거칠고 행동도 공격적이어서 ‘왜 이렇게까지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루스의 가족과 성장 배경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제가 처음 내렸던 판단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사람의 현재 모습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면 그 사람이 어떤 환경을 지나왔는지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리아 가너가 연기한 루스는 처음 등장할 때 거칠고 공격적인 인상을 줍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쌓일수록 그 거칠함이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가족 환경, 가난, 범죄와 뒤엉킨 주변 사람들. 루스는 그 환경에서 벗어나려고 계속해서 자신의 방식으로 싸웁니다. 특히 저는 루스가 조금씩 자신의 삶을 바꾸려고 하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완벽하게 착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다시 돌아가려고 애쓰기도 하는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인 인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마티와 웬디처럼 이미 가진 것이 있는 사람들이 더 큰 것을 얻으려고 움직이는 것과 달리, 루스는 처음부터 가진 것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나도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계속 묻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마티와 루스의 관계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마티는 루스의 능력을 인정하고 활용하는 동시에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기도 합니다. 루스 역시 마티에게서 금융 구조와 사업 운영 방식을 배우면서 성장하지만, 결국 둘의 이해관계는 엇갈립니다. 마티가 루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마티는 루스의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녀를 자신의 일에 끌어들였습니다. 그래서 둘의 관계를 단순히 ‘스승과 제자’라고 부르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루스가 성장할수록 저는 오히려 ‘이 아이가 정말 자신의 삶을 찾아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의 필요에 맞춰 이용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루스는 마티에게서 많은 걸 배웠지만, 그만큼 마티의 일을 대신 떠안아야 하는 순간도 많았으니까요 .
루스라는 인물이 좋았던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저는 루스를 보면서 ‘환경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자신의 가족이나 경제적인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루스가 조금이라도 평범한 삶을 살아보려고 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응원하게 됐습니다. 특히 루스가 다른 인물들보다 더 안타깝게 느껴졌던 건,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모습만 보여준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잘못을 하면서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루스의 이야기가 단순한 범죄자의 성공과 실패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마티와 웬디는 어느 정도 자신의 선택으로 위험한 세계에 발을 디딘 사람들입니다. 반면 루스는 태어날 때부터 그 세계 안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루스가 자신의 환경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살아보려고 할 때마다 마음이 많이 쓰였습니다. 힘든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바꿔보려고 애쓰는 모습처럼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루스를 응원하게 됐습니다.
결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것 같습니다. 저는 솔직히 시즌 4의 결말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루스의 이야기를 따라온 입장에서는 마지막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작품이 처음부터 ‘착한 사람은 반드시 행복해지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현실의 불공평함을 보여주는 작품에 가까웠습니다.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니 허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루스가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삶에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결말을 보고 나서는 ‘이게 정말 이 인물에게 필요한 결말이었을까?’라는 생각이 한동안 남았습니다. 작품의 메시지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시즌 4의 마무리가 이 드라마의 분위기에 잘 맞는다고 보기도 하지만, 저는 솔직히 일부 인물들의 결과가 너무 불균형하게 느껴졌습니다. 엄청난 일을 저질렀음에도 비교적 편안한 결말을 맞이하는 인물이 있는 반면, 가장 응원했던 인물은 전혀 다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으니까요. 물론 이 불편함이 작품의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도 나쁜 일을 한 사람이 반드시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이 항상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 점에서 생각하면 이 결말이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전반의 완성도에 대해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저는 시즌 4에 들어가면서 초반의 긴장감이 조금씩 약해졌다고 느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작은 선택 하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워서 계속 긴장하면서 봤습니다.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새로운 위기가 계속 등장하다 보니 ‘또 문제가 생기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특히 여러 인물의 이해관계가 한꺼번에 얽히면서 감정적으로 따라가기 벅찬 순간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시즌에서 사건을 조금 덜 벌이고 인물들의 감정을 더 깊게 보여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루스와 마티, 웬디 사이에 쌓여온 감정은 충분히 흥미로웠기 때문에 거대한 사건을 계속 추가하지 않아도 이야기를 끌고 갈 힘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4는 14개 에피소드를 두 파트로 나눠 공개됐는데, 새로운 위기를 계속 추가하다 보니 초반의 날카로운 긴장감이 후반에는 다소 무뎌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더 깊이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시즌 1에서 쌓아 올린 인물들의 결이 끝까지 유지된 덕분에 마지막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오자크는 어떤 사람에게 잘 맞는 드라마인가요?
A. 선과 악이 명확하게 나뉘는 드라마를 선호한다면 조금 불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인물의 선택이 어떻게 쌓여가는지, 그 과정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따라가는 것을 좋아한다면 꽤 잘 맞습니다. 가벼운 분위기보다는 심리적으로 무거운 톤의 드라마라는 점은 미리 알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Q. 오자크 시즌 4 결말이 납득이 안 간다는 의견이 많던데, 어떻게 봐야 하나요?
A. 결말에 대해서는 저도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인물은 저지른 일에 비해 너무 가볍게 마무리되고, 어떤 인물은 너무 가혹한 결과를 받습니다. 이걸 작위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현실의 불공평함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읽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말을 보고 나서 뭔가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면, 그게 이 드라마가 의도한 효과일 수 있습니다.
Q. 오자크에서 제가 가장 기억에 남은 인물은 루스인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루스를 좋아할까요?
A. 저 역시 처음부터 루스를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루스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했는지를 알게 되면서 마음이 갔습니다. 완벽한 인물이라서가 아니라 실수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바꾸려고 하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티보다 루스의 이야기에 더 감정적으로 몰입했습니다.
Q. 오자크를 다시 본다면 처음과 같은 느낌으로 볼 것 같나요?
A. 아마 처음 볼 때와는 전혀 다르게 볼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돈세탁과 범죄 조직의 이야기에 집중했지만, 다시 본다면 마티와 웬디가 어떤 순간부터 선택을 바꾸기 시작했는지를 더 자세히 볼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부모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더 관심이 갈 것 같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과 처음 이 드라마를 봤을 때의 제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결론
《오자크》를 다 보고 나서 저에게 가장 오래 남은 건 범죄의 규모가 아니라 사람이 자신의 기준을 조금씩 낮춰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처음 볼 때 저는 마티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는 가장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보고 나니 마티를 바라보는 제 감정은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불쌍하면서도 답답했고, 이해가 되면서도 그의 선택에 동의할 수는 없었습니다. 웬디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가족을 위한 선택과 자신의 욕망을 위한 선택이 어디에서 갈라지는지 구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제가 가장 마음에 남았던 사람은 루스였습니다. 루스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태어난 환경에서 벗어나려고 계속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보고 난 뒤에는 범죄 드라마를 봤다는 느낌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지켜봤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 저에게 《오자크》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드라마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크더라도,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는 것이 반드시 가족을 지키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저 역시 ‘내가 알아서 해결해주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가족을 보호한다는 것은 가족을 대신해 모든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자크》는 저에게 단순히 재미있었던 범죄 드라마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보고 난 뒤 가족과 선택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완벽한 드라마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마지막 시즌의 전개와 결말에는 분명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루스라는 인물과 마티, 웬디의 변화를 따라가는 재미만큼은 분명했고, 쉽게 잊히지 않는 작품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마티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시작했고, 웬디는 가족을 위해 행동했다고 말하지만,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되어갔는지를 보면 단순히 "가족을 위해서"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이 쌓입니다.
후반부가 다소 복잡해지고 위기가 반복되는 점은 아쉬웠지만, 인물들이 서로 다른 욕망과 선택을 들고 충돌하는 구조 자체는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붙들어 두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루스 랭모어라는 인물은 이 드라마를 단순한 범죄 스릴러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에서 인물의 심리와 선택을 깊게 보여주는 범죄 드라마를 찾고 있다면, 《오자크》는 한 번 시간을 내볼 만한 작품입니다(출처: Netflix 오자크 공식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