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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쳐를 연상시키는 중세 판타지 여성 전사 이미지

    넷플릭스 《위쳐》는 시즌1 공개 이후 누적 시청 가구 수 7,600만을 돌파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오리지널 데뷔 기록을 세운 작품입니다. 솔직히 저는 처음에 "그냥 또 다른 판타지 액션이겠지" 하고 별 기대 없이 틀었는데, 두 화를 넘기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특히 1화가 끝났을 때는 솔직히 "왜 이렇게 어렵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처음의 혼란이 일부러 설계된 장치라는 걸 알게 됐고, 그 순간부터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멈추기 어려웠습니다.



    위쳐 세계관, 복잡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위쳐》의 배경은 '더 컨티넨트(The Continent)'라고 불리는 대륙입니다. 여기서 더 컨티넨트란 인간, 엘프, 드워프, 마법사, 그리고 수십 종의 괴물이 공존하는 세계를 가리키며, 단일한 왕국이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왕국이 서로 패권을 다투는 정치적 지형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위쳐》는 진입 장벽이 높은 세계관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처음에는 저도 세계관이 너무 복잡하다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보고 나니 세계관 자체보다 이야기 전개 방식이 낯설었던 것이 더 큰 이유였습니다. 시즌1은 세 인물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시간대(타임라인)에서 동시에 펼쳐지기 때문에, 처음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지금 이 장면이 과거야, 현재야?" 하는 혼란이 실제로 옵니다. 저도 3화까지는 메모를 해가며 봤습니다. 등장인물 이름과 왕국 이름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처음에는 집중이 잘 안 됐습니다. 그래도 억지로 외우려고 하기보다 인물 관계만 따라가니 후반부부터는 자연스럽게 연결됐습니다.

    그런데 시즌1 후반부에서 세 타임라인이 하나로 수렴되는 순간, 오히려 그 복잡함이 설계된 장치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의 혼란이 보상받는 느낌이랄까요. 세계관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서술 방식이 비선형적(Non-linear)인 것이었고, 그 비선형 서술이란 시간 순서를 따르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원작은 폴란드 작가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소설 시리즈로, 1993년부터 출판되었습니다. 게임 시리즈 《위쳐 3: 와일드 헌트》로 이미 세계관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드라마 진입이 훨씬 수월할 겁니다. 저는 게임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를 먼저 봤는데도 결국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드라마를 다 본 뒤 게임 세계관을 찾아보는 재미가 더 컸습니다.

    • 더 컨티넨트: 인간·엘프·마법사·괴물이 공존하는 다국 체제 대륙
    • 비선형 서술: 시즌1의 핵심 구조, 후반부에 세 타임라인이 한 점으로 수렴
    • 원작 소설: 안제이 사프콥스키 著, 1993년~출판 (출처: Netflix 공식 페이지)
    요약: 세계관이 어려운 작품이라기보다, 처음의 혼란을 끝까지 따라갔을 때 더 큰 재미를 주도록 설계된 작품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시즌1 초반만 넘기면 이후에는 훨씬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게롤트·예니퍼·시리, 세 캐릭터를 다시 보면

    판타지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보통 능력이 특출하면 그 능력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습니다. 일반적으로 강한 영웅은 존경받는다는 공식이 판타지 장르의 기본 문법처럼 여겨지죠. 그런데 게롤트는 그 문법을 정면으로 깨는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게롤트가 말수가 너무 적어서 감정이 없는 캐릭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시즌이 이어질수록 말보다 행동으로 감정을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 점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위쳐(Witcher)란 개념 자체가 독특합니다. 위쳐란 어린 시절 변이(Mutation) 시술을 받아 초인적인 신체 능력과 괴물 감지력을 얻은 직업적 괴물 사냥꾼을 가리키며, 그 변이 과정에서 감정의 상당 부분이 억제된다고 설정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감정을 지운 대가로 능력을 얻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게롤트는 시리 앞에서 그 감정의 빈자리가 조금씩 채워집니다. 혼자 살아가는 데 최적화된 사람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경로를 바꾸는 과정이 저는 이 시리즈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서사라고 느꼈습니다.

    예니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마법사 아카데미인 아레투자(Aretuza)에서 훈련을 받고 강력한 마법사로 성장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체 일부를 희생합니다. 아레투자란 대륙의 마법사들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마법사들의 정치적 네트워크이기도 합니다. 예니퍼가 힘을 얻기 위해 치른 대가를 보면서, 저는 이게 단순한 성장 서사가 아니라 자기 결핍을 어떻게 다루는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 주인공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인물이 예니퍼였습니다. 강해질수록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능력과 행복은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리는 시즌1에서는 다소 수동적으로 보이지만 시즌2로 넘어가면서 달라집니다. 그녀가 가진 능력은 엘더 블러드(Elder Blood)라고 불리는 특별한 혈통에서 비롯되는데, 엘더 블러드란 고대 엘프 혈통에서 이어진 희귀한 유전적 특성으로 시공간을 조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고 설정되어 있습니다. 시리가 자신의 힘을 두려워하다 받아들이는 과정이, 제 경험상 시즌 전체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성장 곡선이었습니다. 시즌1에서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시간을 견뎌야 시즌2 이후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저도 처음에는 시리보다 게롤트 이야기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가장 응원하게 된 인물이 시리였습니다.

    요약: 게롤트·예니퍼·시리 세 인물 모두 결핍을 안고 있으며, 그 결핍을 채워가는 방식이 이 시리즈를 단순한 판타지 액션과 구별해준다.

     

    시즌1~4 흐름, 어디가 좋고 어디가 아쉬웠나

    시즌별로 솔직하게 정리해보면 저는 시즌2가 가장 완성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액션만 놓고 보면 더 화려한 장면도 있었지만, 저는 인물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관계가 변하는 과정이 훨씬 기억에 남았습니다. 큰 사건보다 조용한 대화 장면에서 감정이 더 잘 전달됐습니다. 게롤트와 시리가 카어 모르헨(Kaer Morhen), 즉 위쳐들의 요새에 함께 머물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서사의 밀도를 높여줬습니다. 화려한 전투보다 대화 한 장면이 더 기억에 남는 시즌이었습니다.

    시즌3은 세 인물이 드디어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즌이라 기대가 컸습니다. 실제로 보면 정치적 갈등과 세력 다툼이 전면으로 나오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저는 이 복잡함 자체는 좋았는데, 일부 인물들의 감정선이 너무 빠르게 처리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정치 이야기가 늘어난 건 나쁘지 않았지만, 그만큼 세 주인공이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든 점은 아쉬웠습니다. 저는 결국 위쳐를 보는 가장 큰 이유가 이 세 사람의 관계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리의 선택이 가져오는 무게감이 좀 더 섬세하게 다뤄졌으면 했습니다.

    시즌4에서는 헨리 카빌이 하차하고 리암 헴스워스가 게롤트 역을 이어받았습니다. 배우 교체가 시리즈의 분위기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제가 직접 봤을 때는 배우 개인의 문제보다 각본이 새로운 게롤트를 어떻게 정착시키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사실 저 역시 배우 교체 소식을 들었을 때는 걱정이 컸습니다. 하지만 막상 보고 나니 배우보다 이야기의 흐름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시즌4는 전쟁과 정치 구도가 더욱 복잡해지고, 세 인물이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쌓는 구조로 마무리됩니다.

    전반적으로 《위쳐》는 시즌이 올라갈수록 개인의 감정선보다 세계 규모의 갈등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 방향이 반드시 나쁜 건 아니지만, 초기 시즌에서 느꼈던 인물 중심의 밀도가 조금 희석되는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요약: 시즌2가 인물 서사 면에서 가장 밀도 높고, 시즌4는 배우 교체보다 각본의 방향성이 앞으로의 관건이다.

     

    괴물보다 인간이 무섭다는 말, 진짜인가

    《위쳐》를 보기 전에 저는 이 시리즈가 주로 괴물 사냥의 짜릿함을 파는 작품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괴물과의 싸움보다 인간들의 권력 다툼, 차별, 욕망이 더 빈번하게 등장하는 갈등의 원인입니다. 특히 서로를 미워하고 이용하는 장면들을 보다 보면 괴물을 상대하는 전투보다 인간들끼리 벌이는 갈등이 훨씬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판타지를 보고 있는데도 현실 뉴스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보다 사람들의 선택과 욕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더 집중해서 보게 됐습니다. "진짜 괴물은 인간이다"라는 명제를 이 드라마는 구호로 외치지 않고 사건으로 보여줍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시청 데이터에 따르면 《위쳐》 시즌1은 공개 4주 만에 7,600만 가구가 시청했으며, 이는 당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 가장 빠른 속도였습니다(출처: Netflix Investor Relations). 이 수치는 단순한 마케팅 성과가 아니라, 판타지 장르에서도 인물 중심의 서사에 대한 시청자의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위쳐》가 다른 판타지 시리즈와 다른 점을 꼽자면 저는 도덕적 회색지대(Moral Grey Area)를 꼽겠습니다. 도덕적 회색지대란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모든 선택에 대가와 맥락이 따른다는 세계관을 가리킵니다. 게롤트는 옳은 일을 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악인처럼 보이는 인물이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살면서 모든 선택이 깔끔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경험해온 입장에서, 이 설정은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선과 악이 명확하게 나뉘는 이야기보다 이런 작품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누구의 선택이 완전히 옳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단점도 분명합니다. 등장인물이 많고 왕국과 마법 조직에 대한 배경 설명이 대사 안에 뭉쳐서 나오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기 쉽습니다. 다만 드라마 자체만으로도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했더라면 처음 보는 시청자들이 중간에 포기하는 일은 훨씬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 보는 분이라면 위쳐 위키(Witcher Wiki) 같은 팬 기반 자료를 옆에 두고 보는 것도 실제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저도 시즌1은 두 번 봤습니다.

    요약: 괴물보다 인간의 욕망이 주된 갈등이고, 도덕적 회색지대를 사건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이 시리즈의 핵심 매력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위쳐 시즌1이 너무 어렵다는데 그냥 시즌2부터 봐도 되나요?

    A. 일반적으로 시즌1을 건너뛰어도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제 경험상 시즌1을 버티는 게 훨씬 낫습니다. 시즌1 후반부에서 세 타임라인이 하나로 연결되는 장면이 게롤트와 시리의 관계가 왜 특별한지를 설명해주기 때문에, 이걸 모르고 시즌2를 보면 감정적 맥락이 많이 빠집니다. 처음에는 위쳐 팬 위키를 참고하면서 보시면 진입이 훨씬 수월합니다.

     

    Q. 헨리 카빌 하차 이후 시즌4는 볼 만한가요?

    A. 배우 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클 거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실제로 봤을 때는 배우 개인보다 각본이 새로운 게롤트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자리 잡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시즌4는 전반적으로 세계 규모의 갈등이 확장되는 구조라 이전 시즌들과 톤이 다릅니다. 기존 시즌들의 인물 중심 밀도를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습니다.

     

    Q. 위쳐 게임을 먼저 하고 드라마를 봐야 하나요?

    A. 드라마만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쳐 3: 와일드 헌트》를 먼저 경험한 분들은 세계관 용어나 인물 관계에 훨씬 빠르게 적응하는 편입니다.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드라마 시청 중 팬 위키를 보조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Q. 위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게롤트인가요?

    A. 처음에는 당연히 게롤트가 중심으로 보이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예니퍼와 시리의 서사가 무게감을 더해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예니퍼의 이야기가 게롤트보다 더 층위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세 인물이 균형을 이루며 서사를 나눠 가지는 앙상블 구조에 가깝습니다.

     

    결론

    《위쳐》는 괴물 사냥 판타지처럼 시작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사람 이야기입니다. 게롤트가 보여주는 건 완벽한 영웅의 강함이 아니라, 불완전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기준을 붙들고 선택하는 모습입니다. 그 모습이 판타지라는 장치 안에서도 현실적으로 읽혔습니다.

    진입 장벽이 있다는 건 사실이고, 시즌이 올라갈수록 세계 규모의 갈등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시즌1~2의 인물 서사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물 중심의 판타지를 찾고 있다면 일단 시즌1 후반부까지는 가보시길 권합니다. 그 지점을 넘으면 이 세계에서 빠져나오기가 꽤 어려워집니다. 저는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지만, 결국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은 화려한 세계관보다 사람을 남기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쳐》도 제게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어떤 괴물을 쓰러뜨렸는지보다, 게롤트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참고: Netflix Investor Relations, Netflix 위쳐 공식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