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넷플릭스 드라마 이런 엿같은 사랑의 남녀 주인공이 밤의 도시를 배경으로 마주 보고 있는 장면

    넷플릭스 《이런 엿같은 사랑》은 기억을 잃은 검사와 남자친구를 자처하는 남자의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게 실제로 방영되는 제목이 맞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니 제목이 생각보다 훨씬 정직했습니다.



    기억상실 설정, 신선한가 아니면 익숙한가

    기억상실(amnesia)이라는 소재는 드라마에서 수도 없이 반복된 장치입니다. 여기서 기억상실이란 사고나 심리적 충격으로 인해 특정 기간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상태를 말하는데, 국내 드라마에서 이 설정이 남발된 탓에 많은 분들이 "또 기억상실이야?"라고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저도 처음에는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몇 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익숙한 패턴이겠지"라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기억상실은 단순히 두 사람을 어색하게 만드는 설정으로만 쓰이지 않았습니다. 고은새가 기억을 잃기 전에 쫓던 사건, 그리고 장태하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어서 기억상실이 풀려야 할 미스터리의 열쇠처럼 기능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억상실 설정은 두 사람이 다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치로만 쓰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조금 달랐습니다. 은새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를 타인의 말로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 그 자체가 극 전반의 긴장감을 만들어냈습니다.

    다만 중반 이후로 가면서 기억상실이라는 설정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반복되면서 점차 힘을 잃어가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초반의 신선함이 후반부까지 유지되기에는 구성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요약: 기억상실 설정이 단순한 로맨스 장치를 넘어 미스터리의 핵심으로 활용됐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 유지에 한계를 보였습니다.

     

    믿음이라는 것, 드라마 밖에서도 어렵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예전에 오랜만에 다시 만난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몇 년 만에 본 친구였는데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 있었고, 새로운 사람을 대할 때 확연히 조심스러워진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그냥 나이 탓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거절을 잘 못한다는 점을 이용당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누군가 다가올 때마다 '뭔가 부탁하려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기억하던 친구의 모습만으로 지금의 친구를 판단하려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고은새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건네는 과거 이야기들, 그게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 지금의 은새에게는 전혀 내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기억입니다. 신뢰 형성(trust building)의 관점에서 보면, 신뢰란 함께한 시간과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인데, 은새에게는 그 토대 자체가 지워진 상태입니다. 상대를 믿고 싶어도 믿음의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단순히 드라마적 갈등으로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오래 알았다고 해서 지금의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게 제 착각이었다는 걸, 그 친구를 다시 만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 드라마가 그 기억을 다시 꺼내놨습니다.

    요약: 믿음의 근거가 사라진 상황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드라마 바깥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두 주인공의 연기, 어디까지 통했나

    정해인이 연기한 장태하는 제가 이전에 봤던 그의 역할들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과거에 복싱 선수로 활동했고 조직과도 엮인 이력이 있는 인물이라, 인물이 극을 통해 변해가는 궤적이 꽤 뚜렷하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거칠고 위험했던 과거와 은새 앞에서 보이는 다정함 사이의 간극을 정해인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오갔습니다.

    장태하가 거짓말을 이어가는 이유가 처음에는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왜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않지?"라는 생각이 반복됐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쌓일수록 그 거짓말이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은새를 보호하려는 선택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달라졌습니다.

    하영이 연기한 고은새는 피해자처럼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답게 상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도 주변의 말과 행동을 분석하며 진실에 접근하려 합니다. 이 능동성이 있어서 고은새를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두 배우의 조합은 나쁘지 않았지만, 일부 감정 폭발 장면에서는 극의 흐름보다 연기가 앞서나간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믿고 볼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 장태하: 과거의 거칠음과 현재의 다정함이 공존하는 복합적 캐릭터
    • 고은새: 기억을 잃은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진실을 추적하는 인물
    • 두 인물 모두 단순한 로맨스 공식을 벗어난 설계가 돋보였음
    요약: 두 주인공은 단순한 로맨스 공식을 넘는 복합적 캐릭터로 설계됐으며, 정해인과 하영 모두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했습니다.

     

    로맨스 한계, 이야기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

    제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하나의 이야기 안에 담기는 사건과 주제의 양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은 로맨스, 기억상실, 범죄 조직, 과거의 인연이 한꺼번에 들어가면서 어느 순간 "지금 뭘 보고 있는 건지"가 흐릿해지는 구간이 생겼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라고 알려진 드라마에 기대하는 감정선의 흐름과, 실제 방영된 작품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가까워지는 장면 바로 다음에 긴장감 높은 범죄 장면이 이어질 때, 감정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 끊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콘텐츠 전문 분석 기관인 출처: FlixPatrol의 넷플릭스 순위 데이터를 보면, 장르 혼합형 드라마는 초반 유입은 높지만 완주율이 순수 로맨스나 순수 스릴러보다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작품도 그런 패턴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연구자들이 자주 지적하는 문제이기도 한데, 인물들이 대화로 풀 수 있는 갈등을 계속 회피하면서 이야기를 늘리는 방식은 시청자에게 답답함을 줍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시청자 반응 분석에서도 "인물 간 소통 부재"는 국내 드라마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불만 요소입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런 엿같은 사랑》도 이 지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습니다.

    요약: 로맨스·기억상실·범죄가 한꺼번에 들어간 높은 내러티브 밀도가 감정선을 끊기게 만들었고, 소통 회피로 인한 갈등 구조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런 엿같은 사랑》은 순수 로맨스 드라마인가요?

    A. 로맨틱 코미디라고 알려진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보면 범죄 조직과 사건 수사 요소가 생각보다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순수 로맨스를 기대하고 시작하면 중반 이후 분위기 전환에 당황할 수 있으니, 장르 혼합형 드라마라는 점을 알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Q. 정해인 팬이라면 볼 만한가요?

    A.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정해인의 기존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다른 거친 면이 있는 캐릭터라 오히려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해인 하면 따뜻한 로맨스 남주를 떠올리는데, 이 작품에서는 복잡한 과거를 가진 인물을 연기해 결이 다릅니다.

     

    Q. 기억상실 소재가 진부하게 느껴지지는 않나요?

    A. 초반부는 기억상실을 단순 로맨스 장치로 소비하지 않고 사건의 열쇠로 활용해서 신선했습니다. 다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같은 긴장 구조가 반복되면서 힘이 조금 빠지는 구간이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전체적으로는 기존 기억상실 드라마보다 활용 방식이 나은 편이라고 봅니다.

     

    Q. 정주행할 만한 드라마인가요?

    A. 완성도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두 주인공의 관계 변화와 미스터리 요소가 다음 화를 보게 만드는 힘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가볍게 시작해서 로맨스와 사건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충분히 볼 만한 선택입니다.

     

    결론

    《이런 엿같은 사랑》은 제목처럼 불편하고 복잡한 사랑을 꽤 정직하게 그린 드라마였습니다. 기억을 잃은 사람과 진실을 숨겨야만 하는 사람, 그 사이에서 좋아하는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감정선이 중간에 끊기는 아쉬움은 분명히 있었지만,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생각하게 만든 점만큼은 오래 남았습니다.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함께 즐기고 싶다면 한 번쯤 정주행해볼 만한 작품입니다. 단, 순수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켰다가 중반부터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험을 하지 않으려면 장르 혼합형 드라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