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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키 블라인더스 토미 셸비의 성공과 외로움, 가족을 통제하려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피키 블라인더스》 시즌 6은 2022년 공개된 시리즈의 마지막 시즌으로, 토미 셸비라는 인물이 성공의 정점에서 오히려 가장 깊은 외로움에 빠지는 과정을 그립니다. 저는 처음에는 토미 셸비가 멋있어서 이 드라마를 봤습니다. 말수가 많지 않은데도 사람을 압도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시즌이 계속될수록 이상하게 마음에 남은 건 그의 성공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왜 계속 혼자인 것처럼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토미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는 오히려 강한 척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이 차이를 깨닫고 나니 《피키 블라인더스》가 단순한 갱스터 드라마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에는 강렬한 시대극 특유의 분위기에 끌렸는데, 시즌이 쌓일수록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이 가졌는데 저렇게 불행한 걸까"라는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토미 셸비는 왜 성공할수록 더 외로워졌을까

    토미 셸비를 단순히 "냉철한 갱스터"로 읽으면 이 드라마가 절반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그를 보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개념을 계속 떠올렸습니다. 물론 제가 토미 셸비를 실제로 PTSD 환자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을 실제 사람처럼 진단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쟁 이후에도 쉽게 긴장을 풀지 못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이 큰 일을 겪은 뒤 감정을 눌러두는 방식으로 살아갈 때 어떤 모습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전쟁을 겪은 사람은 아니지만, 저 역시 일이 많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 감정을 생각하기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처리하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버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토미를 보면서 문득 그런 방식으로 계속 살아가면 언젠가는 ‘나는 지금 괜찮은가?’라는 질문 자체를 잊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미는 1차 세계대전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것 자체를 위험 신호처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굳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차가움은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방어 기제에 가깝다고 보였습니다.

    토미의 모습을 보다 보면 전쟁이 사람에게 남기는 상처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그때의 두려움과 긴장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토미 역시 전쟁이 끝난 뒤에도 마음속에서는 계속 싸움을 이어가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늘 다음 위험을 준비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가 왜 혼자 있는 것을 편하게 여기고 모든 상황을 자신의 손으로 통제하려 했는지도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저는 그래서 토미의 성공이 그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가질수록 지켜야 할 것도 많아졌고, 그만큼 주변 사람들을 더 강하게 통제하려 했던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도 바쁘거나 일이 쌓일 때 감정을 뒤로 미루고 "일단 해결부터"를 반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솔직히 그 순간에는 꽤 효율적인 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속 토미를 따라가다 보니, 그 방식이 오래되면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능력 자체가 퇴화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토미를 보면서 제가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은 ‘가족을 위해 결정하는 것’과 ‘가족 대신 결정하는 것’의 차이였습니다. 토미는 가족을 지키겠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가족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습니다. 자신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자신이 정한 계획을 먼저 밀어붙입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책임감처럼 보였습니다. 셸비 가족에게는 실제로 누군가 중심을 잡아야 하는 순간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책임감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는 힘으로 변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토미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위기 상황에서 빠른 결정을 내리기 위한 방식처럼 보였지만, 시즌이 쌓일수록 셸비 가족은 점점 토미의 계획 안에서만 움직이는 사람들이 되어갑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도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결정할 때 비슷한 실수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내가 알아서 하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바쁘거나 일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보다 제가 빨리 결정하고 처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그게 상대방에게는 배려가 아니라 답답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결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가족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가 없었다면 그것은 보호라고만 부르기 어렵지 않을까요. "가족을 위해서"라는 말이 어느 순간 "가족이 내 방식대로 살아줘야 한다"는 말로 슬며시 바뀌는 과정이, 드라마 속 이야기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족 통제와 보호 사이, 어디서 선을 그어야 하는가

    《피키 블라인더스》를 보면서 제 안에서 의견이 갈렸던 지점이 있습니다. 토미가 가족을 지키려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쪽과, 그 방식은 명백하게 잘못됐다는 쪽이 동시에 있었습니다. 토미가 옳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가족을 위한다는 이유가 가족의 선택권을 무력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셸비 가족을 보면서 저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어디까지 서로의 삶에 개입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가족이 서로 의지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지나치게 얽히면 개인의 선택과 자율성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토미와 셸비 가족의 관계 역시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볼 만합니다. 서로를 지키려고 하지만 그만큼 서로의 선택에 깊숙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토미는 가족이 안전하지 않으면 자신도 기능할 수 없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래서 가족이 자신의 계획 밖으로 나가는 것을 거의 본능적으로 차단합니다.

    토미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과 가족을 내 뜻대로 움직이려는 마음이 어느 순간 섞이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가족이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자신이 정한 방법이 더 중요해집니다. 저는 바로 그 지점에서 보호와 통제의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이 아무리 크더라도 상대방의 선택까지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이 부분이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아이를 위해 결정을 내릴 때 "이게 정말 아이한테 좋은 건지, 내가 불안해서 하는 건지" 구분이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보호와 통제는 동기가 비슷해 보이지만, 결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6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토미가 자신에게 치명적인 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죽음을 준비하다가 그 진단 자체가 자신을 제거하려는 음모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처음에는 단순히 ‘토미가 또 살아남았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고 나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다시 살아갈 이유를 발견한다는 설정이 토미에게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동안 토미는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해왔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는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반전이 단순히 시청자를 놀라게 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토미에게 처음으로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토미는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다른 사람들을 통제해 왔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누군가를 이기거나 무언가를 얻는 것보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어갈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저는 그 점에서 이 결말이 토미에게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결말에서 토미가 흰 말을 타고 떠나는 장면을 두고 "너무 열려 있다"는 의견도 있고, "토미에게 맞는 유일한 결말"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 쪽입니다. 그동안 저질렀던 일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만 앞으로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방식, 그것이 오히려 솔직하게 느껴졌습니다.

    토미 셸비는 멋있지만, 그의 선택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피키 블라인더스》는 시각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굉장히 강렬하게 설계된 드라마입니다. 저도 솔직히 토미의 스타일과 말투, 자신감 있는 태도에 끌렸습니다. 음악이 흐르고 토미가 천천히 걸어오는 장면에서는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이 이 드라마를 볼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멋있게 만들어진 인물이다 보니 그가 하는 행동까지 멋있다고 착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 강도가 워낙 세다 보니 토미의 폭력적인 선택이나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행동이 카리스마로 희석될 때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조심했던 지점이기도 합니다.

    멋있게 그려진다고 해서 옳은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라도 저렇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보다 ‘저렇게까지 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 더 많았습니다. 토미가 가족을 지키고 싶어 했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는 것과 그의 행동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오히려 이 둘을 구분해서 보는 것이 《피키 블라인더스》를 제대로 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미의 자신감은 매력적이지만, 그 자신감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치른 대가는 드라마 전반에 걸쳐 꾸준히 나타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드라마를 보고 토미처럼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보다, 제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비슷한 실수를 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더 많이 기울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키 블라인더스 시즌 6이 마지막 시즌인가요?

    A. 네. 시즌 6은 TV 시리즈의 마지막 시즌으로 공개됐습니다. 다만 토미 셸비의 이야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2026년에는 후속 영화 《Peaky Blinders: The Immortal Man》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면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Q. 토미 셸비는 시즌 6 결말에서 실제로 죽는 건가요?

    A. 죽지 않습니다. 치명적인 병 진단이 자신을 제거하려는 음모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뒤, 토미는 자신이 죽은 것처럼 위장하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결말로 끝납니다. 저는 이 결말이 토미에게 완벽한 해피엔딩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과거의 행동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관계가 갑자기 회복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처음으로 토미에게 다른 삶을 선택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린 결말이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Q. 시즌 6에서 폴리 캐릭터가 왜 사라졌나요?

    A. 폴리 역을 맡았던 배우 헬렌 맥크로리가 2021년 실제로 세상을 떠나면서 캐릭터도 함께 퇴장하게 됐습니다. 시즌 6에서 폴리의 죽음은 이야기 전체의 분위기와 토미의 심리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작품 팬이라면 이 사실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이 감정적으로 꽤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Q. 피키 블라인더스, 시즌 1부터 순서대로 봐야 하나요?

    A. 순서대로 보는 것을 권합니다. 저 역시 시즌 1부터 차례대로 봤는데, 처음에는 토미의 현재 모습만 보다가 시즌이 쌓일수록 그가 왜 그렇게 변했는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특히 가족 관계는 앞선 사건을 알고 볼수록 감정의 무게가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히 사건의 결말만 보는 것보다 토미가 어떻게 지금의 토미가 되었는지를 따라가는 재미가 더 큰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1부터 셸비 가족의 관계와 토미 셸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따라가는 것이 이 드라마의 핵심 재미이기 때문입니다. 중간부터 보면 인물 관계나 과거 사건의 무게감을 충분히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결론

    《피키 블라인더스》를 다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토미 셸비의 화려한 성공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토미가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정작 편하게 웃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강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시즌까지 보고 나니 그것은 강함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벽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벽은 나를 보호해주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도 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공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끝내 혼자였던 그 외로움, 그리고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그 방식이 결국 가족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굳어진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남의 이야기로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 삶과 토미의 삶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토미가 겪은 전쟁과 범죄의 세계는 제가 경험한 것과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감정을 미뤄두고 일부터 해결하려는 태도, 가족을 걱정하면서도 내가 생각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 마음만큼은 완전히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끝난 뒤 저는 토미의 선택을 평가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저 역시 누군가를 위한다는 이유로 상대의 선택을 대신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는 말이 때로 얼마나 손쉽게 상대방의 선택권을 가로막는 이유로 쓰이는지, 그 질문이 드라마가 끝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강렬한 범죄 드라마로 시작해서 한 사람의 삶과 선택을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을 찾고 있다면, 시즌 1부터 순서대로 따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멋있는 장면보다 인물이 왜 그 선택을 했는지를 더 주목하면서 보면, 마지막 흰 말 장면의 무게가 전혀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