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이라면 당연히 자신이 지키는 사람을 믿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보디가드》는 그 전제를 처음부터 흔들어 놓습니다. 2018년 BBC에서 방영된 이 6부작 영국 정치 스릴러는, 제가 첫 회를 보자마자 다음 편을 찾게 만든 드물게 긴장감 있는 작품이었습니다.기차 장면 하나가 드라마 전체를 설명했습니다드라마를 고를 때 저는 첫 회에서 이미 결정이 납니다. 초반 20분 안에 몰입이 안 되면 아무리 후반이 좋다고 해도 끝까지 보기 어렵더라고요. 《보디가드》는 그 기준을 단번에 통과했습니다.1화에서 주인공 데이비드 버드는 기차 안에서 자살폭탄 조끼를 착용한 인물을 마주칩니다. 이때 그가 보여주는 대응 방식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 자살폭탄 조끼란 IED(Improvised Explosive Dev..
넷플릭스 《뷰티 인 블랙》은 현재 시즌 3까지 공개됐고, 시즌 4 제작도 확정된 상태입니다. 시카고의 화장품 왕국과 인신매매 조직이 뒤엉킨 이야기인데, 처음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는 그냥 자극적인 범죄 드라마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제가 예전에 작은 일을 직접 운영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이상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돈과 권력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였습니다.욕망이 만들어낸 세계, 벨러리 가족의 민낯《뷰티 인 블랙》의 배경이 되는 벨러리 가족은 겉으로 보면 성공의 상징입니다. 화장품 사업으로 쌓은 부와 사회적 영향력, 화려한 파티와 저택. 그런데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그 안을 들여다보면 신뢰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여기서 이 드라마의 설정에서 중요한 것..
솔직히 저는 《트렁크》를 처음 틀었을 때 "그냥 계약결혼 로맨스겠지" 하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호수에서 건져 올린 트렁크 하나가 예상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더군요. 사실 요즘 드라마를 볼 때는 첫 몇 분 안에 계속 볼지 말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비슷한 설정의 작품이 워낙 많다 보니 '계약결혼'이라는 소재도 이제는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이 드라마는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이 왜 이런 관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따라가는 작품이었습니다. 사건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는 드라마였다는 점에서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미스터리와 심리 드라마가 뒤섞인 이 작품, 끝까지 보고 나서야 왜 계속 입소문이 도는지 이해했습니다.계약결혼이라는 설정, 왜 이 ..
드라마를 보다가 화면을 잠깐 멈추고 생각에 잠긴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더 에이트 쇼》를 보면서 딱 그런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걸고 벌이는 또 하나의 서바이벌 게임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화를 지나면서 이 작품이 보여주는 건 게임의 승패가 아니라, 사람이 불공평한 환경 안에 놓였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층수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시작하고, 누군가는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단순한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층수가 곧 계급이 되고, 시간이 곧 돈이 되는 구조 속에서 8명의 참가자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멜로무비는 로맨스보다 성장을 이야기하는 드라마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또 하나의 잔잔한 연애 드라마겠지'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재생했습니다. 그런데 몇 회 지나지 않아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설레는 장면보다 인물들이 현실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고, 저 역시 지나간 선택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더군요. 사랑보다 상처, 설렘보다 현실이 더 크게 다가오는 작품이었고,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줄거리 — 설렘에서 재회까지, 담백하게 쌓이는 감정선멜로무비의 이야기는 영화라는 공통 관심사를 매개로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화려한 사건이 먼저 나오는 게 아니라, 반복되는 우연한 만남과 사소한 대화가 쌓이면서 감정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빠른 전개에 익숙한 분..
가족이라는 단어가 항상 따뜻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 드라마 '선산'을 끝까지 보고 나서, 그 믿음이 조용히 흔들렸습니다. 범인을 찾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정작 남은 건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범인을 맞히는 재미보다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순간들이 더 무서웠습니다. 피 한 방울 튀지 않는 장면에서도 가족이라는 관계가 조금씩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상하게 실제 뉴스에서 봤던 상속 분쟁 기사들이 하나씩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기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오컬트 미스터리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상속 분쟁과 선산 문제를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