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베이비 레인디어를 틀었을 때, 저는 그냥 긴장감 넘치는 범죄 스릴러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범인을 잡는 장면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주인공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있던 모습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다 보고도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고, 왜 이렇게 답답했는지 생각해 보니 이 작품은 스토킹보다 사람 안에 남은 상처를 보여주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스토킹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결국 상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베이비 레인디어를 처음 접했을 때 단순한 스토킹 스릴러라고 생각했습니다. 무명 코미디언 도니 던이 술집에서 힘들어 보이는 중년 여성 마사에게 무료로 차 한 잔을 건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작은 친절 하나가 어떻게 걷잡을 수 없는 집착으..
좋은 이야기가 사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까요? 저는 《맨 끝줄 소년》을 보고 나서 그 질문이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제목도 낯설고, 조용한 분위기의 작품이라 큰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스릴러처럼 긴박한 사건이 이어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보고 나니 무서웠던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이 이야기에 빠져드는 과정 자체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년이 쓴 글이 교수의 현실 판단력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보면서, 이게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배경, 조용한 소년의 글이 왜 그렇게 위험했나《맨 끝줄 소년》은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