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드라마가 왜 이렇게 오래 생각날까요. 넷플릭스에서 《보건교사 안은영》을 처음 틀었을 때 저는 1화를 보다가 진짜로 멈칫했습니다. 보건실 선생님이 장난감 칼을 들고 알록달록한 젤리를 베는 장면이 나왔거든요. 그런데 6부작을 다 보고 난 뒤에는 젤리가 아니라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이 드라마가 결국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직접 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엄마의 눈으로 보니 젤리가 보였다《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주인공 안은영이 가진 특별한 능력은 '투시력(clairvoyance)'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투시력이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지각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드라마에서는 이것이 '젤리'라는 형태로 시각화됩니다. 젤리는 사람의 욕망이나 억눌린 감정이 응어리진 존재로 묘사되는데, 이..
어릴 때 《전설의 고향》을 보며 이불 속에 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무서워서 눈을 가리기도 했지만, 이야기가 끝날 때쯤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자신의 한을 풀고 저승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무서움보다 “저 귀신도 사실은 사연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조선 궁궐을 배경으로 한 귀신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정주행을 시작하니 단순히 사람을 놀라게 하는 공포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왜 이 귀신은 생겨났을까?”, “누가 이런 원한을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귀의 세계, 그 낯설고 섬뜩한 공간이 만들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