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혼자 볼 만한 넷플릭스 공포물을 찾다가 제목에 '기예르모 델토로'가 들어간다는 이유 하나로 《호기심의 방》을 틀었습니다. 처음에는 긴 시리즈물인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매 회마다 등장인물도 이야기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괴물보다 사람이 더 무서웠던 단편 공포 모음집, 솔직하게 정리해봤습니다.매회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성, 기대와 달랐지만 나쁘지 않았던 이유공포 드라마를 고를 때 저는 보통 한 이야기가 끝까지 이어지는 작품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래야 캐릭터에 감정을 붙이고, 결말에서 뭔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기예르모 델토로의 호기심의 방》은 각 회마다 완전히 독립된 이야기가 펼쳐지는 단편 모음집 형식입니다. 전 회를 기억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편부터 봐도 상관없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고르다가 시즌 1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에 《젠틀맨: 더 시리즈》 시즌 2를 바로 틀었습니다. 시즌 1의 에디는 어리둥절한 귀족이었는데, 시즌 2를 다 보고 나니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습니다. 재미있었지만,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단순한 범죄물이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였기 때문입니다.에디의 욕망,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없었다시즌 1의 에디는 갑자기 귀족 작위를 물려받은 뒤 가족 저택 아래 숨겨진 대마초 사업을 발견합니다. 처음에는 그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결국 발을 들이게 됩니다. 그런데 시즌 2의 에디는 완전히 다른 인물에 가깝습니다. 이제는 상황에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범죄 제국을 확장하려는 사람이 되..
사랑이 게임으로 시작되면 어떻게 끝날까요. 이 뻔한 질문이 생각보다 쉽게 답이 안 나와서 저는 넷플릭스 《스캔들》을 다 보고도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2026년 9월 18일 공개된 이 작품, 손예진·지창욱·나나 주연에 정지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보는 내내 23년 전 영화가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같은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 건지, 그 이유를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23년 전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것들제가 처음 2003년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봤던 건 꽤 어렸을 때입니다. 그때는 솔직히 이미숙·배용준·전도연의 조합 자체가 너무 강렬해서 이야기보다 배우에 눈이 갔습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었는데도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약 352만 명을 기록했을 만큼 화제였고, 조선시..
넷플릭스 〈이두나!〉는 2023년 10월 20일 공개된 9부작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수지와 양세종이 주연을 맡았고, 네이버 웹툰이 원작입니다. 처음엔 가볍게 틀었다가 두나라는 인물에 생각보다 오래 붙잡혔습니다. 예쁜 드라마인데, 다 보고 나면 묘하게 마음이 무겁습니다.수지 연기, 아이돌 출신이라서 더 현실적이었습니다〈이두나!〉에서 제가 가장 먼저 집중한 건 수지가 연기한 이두나라는 인물이었습니다. 수지는 실제로 걸그룹 미쓰에이 출신으로, 아이돌 생활을 직접 경험한 배우입니다. 그 경험이 극 중 이두나 역할과 겹치면서, 단순히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 이상의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이두나는 퍼블릭 페르소나(Public Persona)와 실제 자아 사이에서 심하게 흔들리는 인물입니다. 여기서 퍼블릭 페르소나란 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진짜 자신을 보여줄 수 없다면, 그 사랑은 진짜 사랑일까요? 넷플릭스 블랙 도브를 보고 나서 제가 제일 먼저 떠올린 건 스파이 액션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를 재우고 혼자 부엌에 앉아 있던 어느 밤이었습니다. 키이라 나이틀리와 벤 위쇼 주연의 이 6부작 영국 드라마는, 겉으로 보면 첩보 스릴러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이중생활이라는 설정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블랙 도브의 주인공 헬렌 웹은 정치인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겉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10년째 비밀 첩보 조직 블랙 도브스의 스파이로 활동하며 남편의 정치적 정보를 빼내고 있습니다. 이른바 이중생활(double life)이라는 설정인데, 여기서 이중생활이란 같은 사람이 서로 다른 두 ..
죽은 남편이 며칠 뒤 집 안 카메라에 나타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의심할까요. 장비 오류인지, 누군가의 장난인지, 아니면 내가 알고 있던 사실 자체가 틀린 건지. 2024년 넷플릭스 시리즈 《비밀의 비밀(Fool Me Once)》은 바로 그 질문 하나로 8회를 끌고 갑니다. 저는 아이를 재우고 거실에서 혼자 이 드라마를 틀었다가, 예상보다 훨씬 오래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죽은 남편이 카메라에 나타난 순간, 드라마가 시작된다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 첫 훅(hook), 즉 시청자를 이야기 안으로 끌어당기는 초기 장치가 얼마나 강한지는 드라마 전체의 완성도와 직결됩니다. 여기서 훅이란 첫 회에서 던지는 핵심 의문으로, "다음 회를 눌러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장치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영국 드라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