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이두나!〉는 2023년 10월 20일 공개된 9부작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수지와 양세종이 주연을 맡았고, 네이버 웹툰이 원작입니다. 처음엔 가볍게 틀었다가 두나라는 인물에 생각보다 오래 붙잡혔습니다. 예쁜 드라마인데, 다 보고 나면 묘하게 마음이 무겁습니다.수지 연기, 아이돌 출신이라서 더 현실적이었습니다〈이두나!〉에서 제가 가장 먼저 집중한 건 수지가 연기한 이두나라는 인물이었습니다. 수지는 실제로 걸그룹 미쓰에이 출신으로, 아이돌 생활을 직접 경험한 배우입니다. 그 경험이 극 중 이두나 역할과 겹치면서, 단순히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 이상의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이두나는 퍼블릭 페르소나(Public Persona)와 실제 자아 사이에서 심하게 흔들리는 인물입니다. 여기서 퍼블릭 페르소나란 타..
넷플릭스 드라마를 켜며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적 없으신가요? 저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보다가 오히려 제 일상을 더 선명하게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파리의 화려한 로맨틱 코미디(Romantic Comedy)가 어떻게 육아 중인 평범한 하루를 되돌아보게 만드는지, 그 이유를 솔직하게 풀어봤습니다.파리라서 낭만적인 게 아니었다 — 드라마의 배경과 실제드라마를 처음 틀었을 때 솔직히 기대가 낮았습니다. '예쁜 배경에 예쁜 배우, 가볍게 보다 끄는 드라마겠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첫 에피소드부터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주인공 에밀리 쿠퍼는 미국 시카고의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회사의 프랑스 럭셔리 마케팅 에이전시 인수로 갑작스럽게 파리 발령을 받게 되는데, 이 설정이 생각보다 흥미롭게 작동합니다. ..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눈을 못 마주치는 게 단점일까요, 아니면 그게 오히려 진심의 증거일 수도 있을까요. 2025년 10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8부작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그 질문을 초콜릿처럼 천천히 녹여내는 드라마입니다. 오구리 슌과 한효주가 주연을 맡았고, 프랑스 영화 《Les Émotifs Anonymes》를 원작으로 합니다. 제가 직접 끝까지 본 솔직한 후기를 씁니다.두 주인공 설정, 만화 같은데 왜 공감이 됐을까처음 두 주인공의 설정을 들었을 때 솔직히 좀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한 사람은 눈 마주침이 어렵고, 다른 한 사람은 신체 접촉이 힘든데, 그 두 사람이 서로에게만은 예외가 된다는 구조니까요.그런데 막상 보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건 사회불안장애(Social..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틀기 전까지 오스트리아 스릴러에 이렇게 빠질 줄 몰랐습니다. 넷플릭스 《우먼 오브 더 데드》 시즌 2는 주인공 블룸이 범인을 쫓던 사람에서 자신의 비밀을 숨겨야 하는 사람으로 바뀌면서 시즌 1과는 완전히 다른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복수가 끝난 뒤에도 삶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그 점이 제게는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분위기가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이었습니다제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본 이유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분위기라고 말하겠습니다. 화려한 액션도, 빠른 반전도 아닌데 화면을 보는 내내 묘하게 불안했습니다.《우먼 오브 더 데드》의 배경은 오스트리아 알프스 인근의 작은 마을입니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경인데, 그 안에 권력자들의 비밀과 이해관계가 켜켜이 쌓여 있..
넷플릭스 《이런 엿같은 사랑》은 기억을 잃은 검사와 남자친구를 자처하는 남자의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게 실제로 방영되는 제목이 맞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니 제목이 생각보다 훨씬 정직했습니다.기억상실 설정, 신선한가 아니면 익숙한가기억상실(amnesia)이라는 소재는 드라마에서 수도 없이 반복된 장치입니다. 여기서 기억상실이란 사고나 심리적 충격으로 인해 특정 기간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상태를 말하는데, 국내 드라마에서 이 설정이 남발된 탓에 많은 분들이 "또 기억상실이야?"라고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저도 처음에는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몇 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익숙한 패턴이겠지"라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기억상실은 단순히..
이상한 드라마가 왜 이렇게 오래 생각날까요. 넷플릭스에서 《보건교사 안은영》을 처음 틀었을 때 저는 1화를 보다가 진짜로 멈칫했습니다. 보건실 선생님이 장난감 칼을 들고 알록달록한 젤리를 베는 장면이 나왔거든요. 그런데 6부작을 다 보고 난 뒤에는 젤리가 아니라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이 드라마가 결국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직접 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엄마의 눈으로 보니 젤리가 보였다《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주인공 안은영이 가진 특별한 능력은 '투시력(clairvoyance)'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투시력이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지각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드라마에서는 이것이 '젤리'라는 형태로 시각화됩니다. 젤리는 사람의 욕망이나 억눌린 감정이 응어리진 존재로 묘사되는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