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의 신부》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를 배경으로 한 복수극인데, 막상 보다 보니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노골적으로 욕망을 거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였습니다. 가볍게 볼 수 있지만 보고 나서 한동안 생각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욕망이 거래되는 결혼시장, 렉스라는 공간《블랙의 신부》의 핵심 배경은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Rex)'입니다. 일반적인 결혼정보회사와는 결이 다른 곳입니다. 렉스는 회원을 등급으로 나누는데, 그중 최상위가 '블랙'입니다. 여기서 블랙이란 단순히 재력이 높은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과 결혼하면 배우자의 사회적 위치 자체가 달라질 만큼의 경제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사람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결혼 한 번으로 계층 이동이 가능해지는 사람입니다.제가 ..
넷플릭스에서 시대극을 고르다가 《샬럿 왕비: 브리저튼 외전》을 재생한 것은 사실 큰 기대 없이였습니다. 《브리저튼》의 스핀오프(spin-off), 즉 기존 세계관에서 파생된 별도 작품이라는 점에서 원작의 인기에 기댄 가벼운 외전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6화를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화려한 왕궁 배경보다 훨씬 무거운 이야기가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지막 회를 보고 난 뒤에는 바로 다른 드라마를 재생할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보통 재미있게 본 작품은 곧바로 다음 시리즈를 이어서 보는 편인데, 이 작품만큼은 한동안 여운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사랑 이야기였지만 단순히 설레는 감정보다는 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줄거리 — 원하지 않..
넷플릭스에서 베이비 레인디어를 틀었을 때, 저는 그냥 긴장감 넘치는 범죄 스릴러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범인을 잡는 장면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주인공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있던 모습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다 보고도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고, 왜 이렇게 답답했는지 생각해 보니 이 작품은 스토킹보다 사람 안에 남은 상처를 보여주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스토킹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결국 상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무명 코미디언 도니 던이 술집에서 힘들어 보이는 중년 여성 마사에게 무료로 차 한 잔을 건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작은 친절 하나가 어떻게 걷잡을 수 없는 집착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인데, 처음 두 회차쯤은 "아, 이런 방향이구나" 하고 쉽게 예상했습니다.그런..
벨 깁슨은 암을 자연식으로 고쳤다고 주장하며 수백만 팔로워를 모았습니다. 실제로 암은 없었고, 기부금도 약속대로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 《애플 사이다 비니거》를 보고 나서 솔직히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저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보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정말 속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더 오래 남았기 때문입니다. 저도 비슷한 후기에 혹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SNS 건강 신화, 왜 그렇게 쉽게 믿게 됐을까30대 후반에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처음으로 수치가 눈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SNS에서 건강 정보를 찾아보는 시간이 늘었는데, 피드에는 어김없이 "이것만 먹고 몸이 달라졌다"는 후기들이 올라왔습니다. 제가 직접 식초 음료를 사서 며칠 꾸준히 마셔본 것도 그즈음이었..
어릴 때 《전설의 고향》을 보며 이불 속에 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무서워서 눈을 가리기도 했지만, 이야기가 끝날 때쯤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자신의 한을 풀고 저승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무서움보다 “저 귀신도 사실은 사연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조선 궁궐을 배경으로 한 귀신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정주행을 시작하니 단순히 사람을 놀라게 하는 공포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왜 이 귀신은 생겨났을까?”, “누가 이런 원한을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귀의 세계, 그 낯설고 섬뜩한 공간이 만들어지..
솔직히 저는 《트렁크》를 처음 틀었을 때 "그냥 계약결혼 로맨스겠지" 하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호수에서 건져 올린 트렁크 하나가 예상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더군요. 사실 요즘 드라마를 볼 때는 첫 몇 분 안에 계속 볼지 말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비슷한 설정의 작품이 워낙 많다 보니 '계약결혼'이라는 소재도 이제는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이 드라마는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이 왜 이런 관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따라가는 작품이었습니다. 사건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는 드라마였다는 점에서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미스터리와 심리 드라마가 뒤섞인 이 작품, 끝까지 보고 나서야 왜 계속 입소문이 도는지 이해했습니다.계약결혼이라는 설정, 왜 이 ..